2018년, 65년이나 끌어온 한국전쟁이 드디어 끝난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4월27일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통해 “비정상적인 현재의 정전상태를 종식시키고 확고한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역사적 과제”라는 데에 동의하고 “올해에 종전(終戰)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기로 합의했다. 두 정상은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을 적극 추진하는 데에도 합의했다.
종전 선언과 평화체제 전환의 시점을 ‘올해’로 못박고 정전체제의 ‘직접 관련국 정상들과의 회담’이라는 구체적 방식을 제시해 실현 가능성을 높였다. 따라서 5월말 또는 6월초로 예정된 북·미(北美)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체제보장에 관한 구체적인 합의가 있을 경우, 남·북·미(南北美) 또는 남·북·미·중(南北美中)정상회의를 통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등으로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판문점 선언을 통해 두 정상이 의지를 밝힌 ‘평화체제 구축’은 문 대통령의 동지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부친인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2007년 합의했던 ‘10·4 선언’의 연장선 위에 있다.
노 전 대통령과 김 전 위원장은 “군사적 적대관계를 종식시키고 한반도에서 긴장 완화와 평화를 보장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합의하면서 “남과 북은 현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 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판문점 선언과 10·4 선언은 표현과 구성이 거의 비슷해 보이지만 확연한 차이가 있다. 10·4 선언은 시점을 특정하지 않은 반면,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시점을 ‘올해’로 못 박았다. 문 대통령은 2018년 신년사에서 “올해가 한반도 평화의 새로운 원년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이 과정에서 동맹국 미국과 중국, 일본 등 관련 국가들을 비롯해 국제사회와 더욱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고, 김 위원장도 신년사를 통해 평창 동계올림핌에 북쪽 대표단 파견 뜻을 밝히면서 “북·남관계를 개선해 올해를 사변적 해로 빛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정상 모두 올해를 한반도에서 냉전체제를 해체할 적기로 판단했기 때문에 이같은 합의가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완전한 비핵화’ 첫 明記…北·美회담 길 열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4월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는 내용이 담긴 공동선언에 서명했다. 두 정상은 이날 회담 후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통해 이같은 합의를 국제 사회에 내놨다.
두 정상은 선언에서 “남과 북은 북측이 취하고 있는 주동적인 조치들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대단히 의의 있고 중대한 조치라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앞으로 각기 자기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기로 하였다”고 밝혔다. 또 “남과 북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위해 적극 노력하기로 하였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 및 핵 실험장 폐쇄 조치 등 최근 움직임을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긍정적 조치로 평가한다는 취지이다. "핵 없는 한반도"는 과거 남북 간에 강조돼 왔던 수준의 문구다. 2005년 9·19 공동성명의 “북한의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계획을 포기할 것”과 “조속한 시일 내 핵 확산금지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조치에 복귀할 것을 공약했다”는 내용보다는 표현에선 덜 구체적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김 위원장이 직접 서명한 문서에 비핵화 약속이 담겼다는 점에서 기존 남북 합의와는 비중이 다르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이 향후 열릴 북·미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의 구체적인 방안과 분명한 의지를 표현할 지가 관건이 됐다. 판문점선언은 남북 관계 개선과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완화를 부각했다. 선언은 “남과 북은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 자주의 원칙을 확인하였으며 이미 채택된 남북 선언들과 모든 합의들을 철저히 이행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개성에 남북 당국자가 상주하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설치키로 했다.
또 6ㆍ15 등에 각계각층의 공동행사를 적극 추진키로 했다. 2018년 아시아경기대회 등 국제경기에도 공동 진출하기로 했다. 오는 8월15일을 계기로 이산가족·친척 상봉도 진행하기로 했다. 판문점선언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상태 완화를 위해 남북이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를 평화수역을 만들어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기로 했다. 또 5월중 장성급회담 개최도 선언에 담았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완전한 비핵화가 (선언에) 들어간 것은 좋은 신호를 보낸 것”이라며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중 ‘검증’(Verifiable)과 ‘불가역’(Irreversible)이라는 부분은 미국과 협상할 문제”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최근 들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미 행정부 쪽 인사들이 기존에 주장했던 ‘CVID’ 대신 부쩍 “완전한 비핵화”(complete denuclearization)라는 표현을 써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완전한 비핵화 하려면 핵 실험장 폐기가 아닌 핵을 폐기해야 김 위원장은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4월20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3차 전원회의를 열고 핵 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및 북부 핵실험장 폐쇄 방침을 결정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의정보고 형식을 통해 “핵개발 공정이 모두 진행되었고 운반타격수단 개발 역시 과학적으로 진행돼 핵무기 병기화 완결이 검증됐다”며 “이제는 그 어떤 핵 시험(실험)과 로케트 시험발사도 필요 없게 되었으며, 북부 핵시험장도 사명을 끝마쳤다”고 밝혔다.
노동당은 이어 만장일치로 4월21일부터 핵·미사일 실험 중지, 핵실험장 폐기를 결정했다. 외형상 한반도 비핵화를 향한 의미있는 진전이지만 낙관만 하기는 힘든 복잡한 함의(含意)가 담겨 있다. 노동당 발표문은 “지난 5년간 추진해온 핵·경제 병진노선이 승리를 거둬 핵무기 병기화를 믿음직하게 실현하였다”며 핵실험 중지는 세계적인 핵군축을 위한 중요한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핵개발 마무리 단계에 이르면 핵보유국을 자처하면서 비핵화 협상을 핵 군축 협상으로 포장할 것이라는 점은 수년 전부터 예상된 시나리오다. 특히 노동당이 비핵화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채 “핵 위협을 받지 않는 한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핵무기와 핵기술을 이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은 핵보유국들의 전형적 주장을 그대로 따라한 것이다.
물론 북한의 발표는 앞으로 비핵화를 위해 불가피하게 거쳐야 할 계단 중 하나를 자진해서 디딘 것이라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특히 노동당 발표문은 당과 국가의 총력을 사회주의경제 건설에 모아야 한다고 강조함으로써 핵·경제 병진노선을 폐기 또는 수정할 의향을 밝혔다. 그런 차원에서 지난 5년간 추진해온 핵·경제 병진노선의 승리, 핵무장 완결을 강조한 것이라면 이는 청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청와대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한 것도 그런 점을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존의 핵무기 폐기에 대한 언급이 없고 ‘세계적 핵강국‘, ‘핵시험(실험) 중지는 세계적인 핵 군축을 위한 중요한 과정’이라고도 강조해 비핵화 의지라기보다는 ‘핵 강국 선언’에 다름없다는 의구심도 여전한 상황이다.
김정은의 의도는 ‘비핵화 협상은 핵보유국으로서 군축 (軍縮) 차원에서 응하는 것’이라고 미리 쐐기를 박음으로써 자신이 쥔 패의 값어치를 높이려는 것일 가능성이 더 크다. 사실 핵실험 중단이나 핵시설 폐기 선언은 언제든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 북한은 2005년 9·19 공동성명과 2007년 2·13 합의, 10·3 불능화 합의 등에 따라 2008년 6월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하는 등 비핵화 의지를 과시했지만, 이 모든 것은 쇼로 판명됐고 2013년 공개적으로 영변 핵시설을 재가동했다.
결국 한반도 평화를 위해 반드시 폐기돼야 할 것은 북한의 핵실험장이 아니라 핵이다. 한편, 일본공산당 시이 가즈오(志位和夫) 위원장은 4월25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북한 비핵화와 관련 “비핵화 실행은 단계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으며, 제재 완화도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 단계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핵화와 동시에 평화체제 구축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면서 “북한 핵 개발의 동기를 해소해주면 비핵화는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이 위원장은 최근 아베 총리를 만나 “일본도 대화에 의한 평화적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말하는 등 강경 일변도인 아베정권의 대북 정책 변화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