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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정세

남북관계와 북한정세를 심층 분석합니다.
북한의 공간문헌과 정보를 분석하여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정책방안을 제안합니다.



27일 발표된 ‘판문점 선언’에서 비핵화 관련은 가장 뒤쪽인 셋째 주제 중 마지막 4항에 단 세 문장으로 들어갔다. 청와대가 ‘핵심 의제’라고 했던 비핵화가 맨 뒤로 밀린 것이다. 비핵화에 대해 남북은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 목표를 확인했다’고 했다. 하지만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구체 방안이나 북한의 명시적 약속은 이끌어내지 못했다. 공동 발표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했다”고 했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비핵화를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판문점 선언에는 ‘완전한 비핵화’라는 말은 들어갔다. 이 표현을 미국이 요구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로 가는 전 단계로 본다면 진전으로 볼 수도 있다. 김정은이 여기 서명한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하지만 ‘완전한 비핵화’의 의미나 이행 방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비핵화를 공동 목표로 확인했다고만 했을 뿐 북한이 핵 폐기를 하겠다는 명시적 언급도 없었다. 두루뭉술한 표현이라 해석상 논란을 낳을 소지가 크다. 미국이 주장하는 ‘완전한 비핵화’는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 핵물질, 핵시설 등을 모두 포기하라는 것인데 거기엔 크게 미치지 못한다. 북핵이 고도화한 시점에 열린 회담인데도 북핵 폐기 범위, 시한(時限), 이행 조치 등이 전혀 담기지 않은 것도 판문점 선언의 한계다. 천 전 수석은 “1991년 채택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과 비교해도 나을 것이 없다”고 말했다. 북한이 초보적 핵개발을 시작하던 27년 전 만들어진 이 선언에도 ‘핵무기의 제조, 보유, 사용 등을 하지 않는다’ ‘우라늄 농축 시설을 보유하지 않는다’ ‘(핵)사찰을 실시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이번 선언에는 북한의 핵무기, 핵시설, 핵사찰 등에 대한 초보적 언급도 없다. 판문점 선언에는 ‘남과 북은 북측이 취하고 있는 주동적인 조치들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대단히 의의 있고 중대한 조치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앞으로 각기 자기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기로 했다’는 문구도 들어갔다. 최근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와 ICBM 시험 발사 중단 선언을 한 것을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 조치로 인정해 준다는 의미다. ‘각기 자기의 책임과 역할을 다한다’는 부분도 문제다. 현재 한반도에서 핵무기를 지닌 곳은 북한뿐이다. 그런데 이번 선언은 한국에도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책임과 역할’을 부여한 것이다. 북이 우리에게 ‘미국의 핵우산 및 전략무기 제공받기를 중단하고 주한 미군 기지도 사찰하라’고 주장할 여지를 남긴 것이다. 27일 남북 정상회담 공동선언문에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 해역을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 군사적 충돌을 방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당초 NLL은 남북 양측이 합의를 보기 어려운 민감한 사안이어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예상됐다. ‘서해 평화수역’은 2007년 2차 남북 정상회담 때도 합의됐지만 실현되지 못했고 지난 2007년과 2012년 대선에서 ‘노무현 정부의 NLL 포기’ 논란도 낳았다. 이날 공동선언문은 “남과 북은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안전한 어로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실제적인 대책을 세워나가기로 하였다”고 밝혔다. 남북 정상회담 합의문 등 남북 회담 문서에서 ‘NLL’이란 표현이 들어간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동안 북한은 NLL을 인정하지 않고 해상경계선, 서해 경비계선 등의 표현을 써왔다. 하지만 북한이 NLL을 인정한다는 의미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2007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합의했던 10·4 선언에는 ‘서해의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해 공동어로수역을 지정하고 평화수역으로 만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 뒤 2007년 11월 열린 제2차 남북 국방장관 회담에서 남측은 NLL을 기준선으로 해 남북으로 등(等)거리, 등(等)면적으로 공동어로수역을 설정하자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북측은 ‘서해 경비계선’을 기준선으로 제시하며 서해 경비계선과 NLL 사이의 수역을 평화수역으로 지정하고 그 안에 공동어로수역을 만들자고 주장했다. 북한이 주장하는 서해 경비계선은 NLL로부터 상당히 남쪽으로 내려와 있었다. 양측은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공동어로수역은 결국 불발됐다. 서해 NLL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드는 것은 비무장지대(DMZ)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만든다는 이번 정상회담 합의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서해 NLL 일대는 1999년 제1연평해전, 2002년 제2연평해전, 2010년 천안함 폭침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 등 북한의 고강도 도발이 이어져 DMZ보다 긴장도가 높고 한반도에서 가장 위험한 ‘화약고’로 불려왔다. 이에 따라 NLL 일대 평화수역 문제는 남북 국방장관 회담에 앞서 다음 달 열릴 남북 장성급 회담에서도 핵심 의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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