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성의 북한 인사이드
· 평양 화교들이 전하는 평양 상황 : 돈주는 몰락하고 시장 상권은 붕괴 중
· 김주애의 등장과 조선노동당의 전략적가치관 변화?
· 김정은 수해 지역 재차 방문 : 정부 책임 회피하며 자연재해 탓 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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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성 (사)SAND연구소 사무국장
평양 화교들이 전하는 평양 상황 : 돈주는 몰락하고 시장 상권은 붕괴 중
북한당국이 반(反)시장 정책을 강화하는 가운데 평양의 돈주(전주)계층이 몰락하고, 개인이 운영하는 상권은 붕괴하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SAND연구소 영문뉴스레터팀은 지난 7월 초 평양에서 비자를 발급 받아 중국 단둥으로 나온 평양 거주 화교 2명과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신변 안전 때문에 익명을 요구한 이들은 “반사회주의 정책과 무역회사 정리 등으로 한때 잘 나가던 평양의 돈주들이 몰락했고, 개별적으로 식당이나 가게를 운영하던 상인들은 대부분 망했다”고 전했다.
평양시 거주 화교 A씨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부터 당·정·군 산하에 난립해온 무역회사를 대부분 정리하고 내각 산하로 넘겼다고 한다. 북한 돈주의 대부분은 당·정·군 각 기관에 소속을 둔 외화벌이 회사 간부들로 합법과 비합법적 무역 활동을 통해 많은 돈을 벌어왔다. 이들은 돈주로 불리며 평양에서 상류층의 생활을 누렸었다. A씨는 “국가보위성 등 대표적인 권력기관의 외회벌이 회사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외화벌이 회사가 내각으로 넘겨졌다”며 “돈주들이 하루아침에 경영인 지위에서 근로자로 전락했다”고 전했다.
화교 B씨는 평양에서 개인 상업 활동에 대한 단속이 강화됐다고 전했다. B씨는 “평양에서 개인이 운영하는 고급식당과 술집 등 가게와 시장매대 단속이 너무 심해져 도저히 못해먹겠다며 장사를 접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B씨는 평양시 보통강구역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지인은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되는 단속에 문을 닫았다고 전했다. 당·보위부·안전부·행정기관·비사회주의그루빠(TF)등 하루에만 5개 이상의 단속 기관이 가게에 들어와 검열을 빌미로 뇌물을 챙기는데 뇌물을 주고 나면 돈을 벌기는커녕 적자만 생겨 아예 가게 문을 닫았다고 한다.
A씨는 한류 차단을 노린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시행과 함께 시장 상인들을 노린 반사회주의 단속이 강화되면서 평양 주민들의 생활이 많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나마 코로나 봉쇄로 중국과 교류가 단절됐던 평양의 화교들은 올해초부터 중국과의 왕래가 허용되면서 숨통을 텄다고 한다.
A씨에 따르면 평양 거주 화교 43명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발돼 7월 초 중국행 버스에 올랐다고 한다. A씨는 중국행 비자를 얻기 위해 중국돈 5000위안을 뇌물로 바쳤고, 중국행 명단에 빨리 선발되기 위해 추가로 인사담당자에게 3000위안을 뇌물로 바치고 나서야 중국행 버스에 오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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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확산 이전인 2019년 중국 단둥 세관의 모습/VOA
B씨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평양 주민들은 중국과 거래하는 화교들을 부러워하고 친해지려고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는 “과거엔 토대(성분) 때문에 화교들을 경계하던 평양 사람들이 요즘엔 화교들과 결혼까지 하겠다고 찾아온다”고 말했다.
A씨는 “평양시 장마당에 가면 돈만 있으면 뭐든지 살 수는 있지만 상인들이 단속 때문에 좋은 물건은 매대 아래에 숨겨놓고 판매를 하고 있다”며 “화교들이 주문하면 뭐든지 살 수 있고, 약속 시간에 맞춰 가면 상인들이 물건을 숨겼다가 내놓는다”고 전했다.
한편 북한이 2021년 노동당 8차대회에서 시장을 축소하고 국영상업망을 확대하는 정책을 제시한 이후 점진적인 시행과 함께 임금 인상을 추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상된 월급으로 식량판매소에서 시장보다 싼 가격으로 식량 구입이 가능하지만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에는 량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한다.
평양 화교 B씨는 “자본주의 요소인 시장영역을 축소해 모든 주민들을 출근하는 국영기업 노동자로 만들겠다는 당국의 정책에 많은 불만이 나온다”며 “중국에 나온 화교들은 가능하면 체류 일정을 연장해 평양으로 돌아가는 시기를 늦추려 한다”고 말했다.
김주애의 등장과 조선노동당의 전략적가치관 변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의 등장을 둘러싼 후계자 논란이 뜨겁다.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국회정보위원회에 “북한은 김주애를 현시점에 유력한 후계자로 암시하며 후계자 수업을 진행 중인 가운데 어린 김주애에 대한 주민 반응을 의식해 선전 수위 및 대외 노출 빈도를 조정하면서 비공개 활동을 병행해 안내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향후 변화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지만 현 시점에서 김주애가 북한 김씨 가문의 4대 세습 후계자임이 유력하다는 것이다.
김주애가 후계자가 된다는 것은 북한 첫 여성 권력자의 등장을 의미하며 이는 북한 권력의 본질적인 성격이 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6월 12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조선노동당의 전략적가치관’ 제목의 기사를 통해 김정은의 노동당 중앙간부학교 준공식(5월 22일) 발언에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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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5월 21일 노동당 중앙간부학교 준공식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조선중앙TV
김정은이 2022년 노동당 중앙간부학교를 찾아 후계자를 뜻하는 ‘후사’라는 말을 꺼낸 이후 주애가 등장했다는 점에서 2년 만에 이뤄진 김정은의 중앙간부학교 재방문과 발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정은은 당 중앙간부학교 준공식 연설에서“조선노동당 중앙간부학교가 우리당 중진의 교대자들을 육성하는 권위있는 혁명대학으로 휼륭이 일떠서 자기의 명함을 더욱 빛내이고 있다.”고 밝혔다.
김정은은 또 조선노동당의 전략적가치관에 대해 “당 중앙간부학교의 근 80성상은 계승의 력사적 위업은 당간부후비를 무장시키고 키우는 원종장에서부터 시작되고 이루어진다”며 “당과 혁명의 양양한 미래를 지향하고 설계함에 있어서 최우선시 되여야 할 사업은 당간부양성기지를 훌륭히 꾸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애를 중심으로 한 4대권력세습을 보좌할 당 간부 후비 양성에 만전을 기해달라는 당부를 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올해 40세인 김정은은 자신의 생일인 1월 8일 ‘충성의 선서모임’을 12년 만에 재개하고, 김정은 뱃지를 만들며 개인 우상화를 완성했다. 이에 김주애를 내세워 4대세습을 이어갈 본격적인 준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만약 김주애가 후계자가 된다면 많은 변화가 북한 최고지도자와 집권당인 조선노동당을 표현하는 수식어도 달라져야 한다.
북한에서 김일성·김정일·김정은에 대한 공통 호칭은 ‘어버이’다. 어버이는 아버지의 높임말이다. 북한을 ‘하나의 대가정’으로 규정하고, 최고지도자인 수령이 ‘어버이’, 집권당인 조선노동당이 ‘어머니’ 역할을 한다. ‘어버이 수령’, ‘어머니당’이 대가정의 부모 노릇을 한다는 유교의논리를 적용한 것이다.
이 때문에 여성인 김주애가 북한 권력자가 될 경우 ‘어버이’ 호칭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북한이 그동안 김씨 가문의 여성들에게 붙인 호칭은 ‘조선의 어머니’(강반석) ‘혁명의 어머니’(김정숙) ‘선군의 어머니’(고용희) 등이다.
한반도 역사에서 최초의 여성 권력자는 지금으로부터 1300여년 전인 632년 즉위한 신라의 27대 선덕여왕이다.
전임 진평왕이 아들 없이 죽자, 신라 최고의 국정의결기구인 화백회의에서 진평왕의 왕녀인 덕만을 새로운 왕으로 추대하여, “성스러운 조상의 혈통을 이어받은 여황제”라는 뜻을 가진 성조황고(聖祖皇姑)라는 존호를 올렸다. 최근 백두혈통을 강조하는 북한도 김주애에게 ‘백두혈통의 존귀하신 지도자’라는 수식어를 붙일 가능성이 있다.
만약 김주애가 ‘어머니’로 호칭되고 노동당이 ‘어버이’로 호칭돼 그 역할이 바뀐다면 이는 권력의 본질적 변화를 의미하기 때문에 김주애의 호칭을 둘러싼 북한당국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수해 지역 재차 방문 : 정부 책임 회피하며 자연재해 탓 돌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8~9일 이틀간 큰비가 내려 평안북도 신의주와 의주 수해를 입은 지역을 방문해 어린이 등 취약 이재민 15,400명을 평양으로 보내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들에 따르면 김정은은 이재민들이 머무는 천막을 빠짐없이 돌아다니며 손을 잡고 위로의 이야기를 건네는가 하면, 어린아이들에게 직접 사온 백화점 옷을 입혀주거나 과자를 먹여주기도 했다.
또 수해 구호물품과 식량 등을 자신의 전용 열차에 싣고 온 뒤 당 간부들에게 직접 나눠주도록 했다. 북한 매체들은 선물을 받고 감격하는 어린이와 김정은의 손을 잡고 눈물 흘리는 주민들의 모습을 클로즈업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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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5월 평안북도 의주 수해 피해 현장을 찾아 이재민들을 위로하고 있다./조선중앙TV
북한 매체는 이번 수해가 ‘피할 수 없는 자연재해’였단 점을 강조하며 정부 책임론을 피해갔다. 김정은은 의주와 신의주 지역이 폭우만 내리면 저수지로 변해버리는 ‘고질적 취약성’이 있다며, 이를 과학적으로 따져보고 현실적인 대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이번에 수해가 난 압록강 지역은 과거 2010년과 2012년, 2016년에도 홍수 피해가 이어졌는데 압록강 맞은편 중국은 방벽을 세워 피해를 입지 않은데 비해 북한은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국가의 책임은 쏙 빼놓고, ‘자연 재해’ 탓으로만 돌린 것이다.
김정은은 또 한국 언론이 수해 피해 보도를 날조해서 보도하고 있다며 “우리를 폄훼하는 궤변들을 한번 엮어 자기 국민을 얼리고 세상 여론을 흔들어보자는 심산”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적은 변할 수 없는 적”이라며 “적이 어떤 적인가를 직접 알 수 있는 이런 기회를 대적관을 바로 하는 기회로 만들어야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정은은 심각한 수해에도 외부의 도움은 받지 않겠다는 의지도 천명했다. 외부의 수해 지원을 수용할 경우 체제 내부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