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7일 우리의 국회격인 최고인민회의를 열고 경제를 담당하는 내각의 부총리 6명과 경제부처의 장관급 인사 21명을 교체하는 대폭적인 물갈이를 단행했다고 18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북한이 경제를 담당하는 내각에 대한 대폭 물갈이를 진행한 것은 경제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고 쇄신을 시도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이날 북한 부총리 8명 가운데 박정근, 전현철, 김성룡, 리성학, 박훈, 주철규 등 6명이 교체됐다. 또 국가계획위원장(박정근), 화학공업상(마종선), 전력공업상(김유일), 채취공업상(김철수), 경공업상(장경일) 등 장관급 인사 45명중 21명이 교체됐다. 내각 부총리의 75%, 경제부처 장관급 인사의 46.7%가 교체된 셈이다.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큰 폭의 개각이 이뤄진 것은 경제실패의 책임을 내각에 물은 것”이라며 “새로운 5개년경제계획을 위한 쇄신차원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덕훈 북한 총리는 이날 내각 사업 보고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수행 기간 내각의 사업에서는 심중한 결함들이 나타났다”며 “전력생산목표를 수행하지 못한 것을 비롯해 인민경제 거의 모든 부문에서 5개년전략수행 기간 내세웠던 주요 경제지표들의 목표를 미달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북한은 경제실패를 인정하면서도 경제발전을 위한 예산 증액은 제자리 걸음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경제건설분야 예산은 겨우 0.6% 증액됐다. 최근 3년 간 4.9~6.2%씩 늘린 것에 비하면 큰폭으로 줄어든 수치다. 매년 3~4%대 증가세를 보인 국가예산 수입 증가율을 0.9%로 잡았고, 5~6%였던 국가예산 지출 총액도 1.1% 늘린데 불과했다. 반면 국방비는 작년과 같은 15.9%로 유지했다. 고정범 재정상은 보고에서 “핵 무력을 중추로 하는 자위적 국방력을 질량적으로 강화해 사회주의 건설의 활로를 열어나가기 위한 우리 인민의 투쟁을 군사적으로 담보하는 데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관심을 모았던 국무위원회 위원 개편은 언급되지 않았다. 작년 4월 국무위원회는 김정은 위원장과 최룡해 제1부위원장, 박봉주 부위원장에 위원 11명으로 구성됐는데, 8차 당대회에서 박봉주가 은퇴하고 당시 총리였던 김재룡과 리만건·김형준 당 부위원장, 김수길 군 총정치국장, 김정호 인민보안상(현 사회안전상) 등 최소 5인 이상 현직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교체된 후임자들이 국무위원에 재선했다는 보도가 나오지 않아 나중에 추가 인사를 하거나 공개할지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회의에는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김덕훈 내각총리가 참석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조용원 당 비서 등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날 회의는 하루 만에 폐막했다. 이날 최고인민회의 의장이 아닌 상임위원장이 개회사 및 폐회사를 한 것도 이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