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노동당8차당대회에서 김정은을 당총비서로 추대했다고 11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북한은 지난 10일 노동당 8차 대회 6일차 회의에서 진행한 당 중앙지도기관 선거에서 이같이 결정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9일 노동당 규약을 개정해 당 비서 체제를 부활시킨 바 있다. 노동당 총비서는 과거 김일성이 1970년 ~ 1994년 사망시까지 맡았고, 김정일은 1998년 ~ 2011년까지 맡았던 노동당의 최고 직책이다. 2011년 12월 김정일 사망 이후 집권한 김정은은 이듬해 당정치국횡의에서 당규약을 개정해 김정일을 영원한 노동당의 총비서로 추대하고, 자신은 노동당제1비서 직책을 부여 받았다.
이후 2016년 5월 노동당 7차당대회에서 노동당위원장으로 직책 변경 후 5년 만인 이번 8차당대회에서 당총비서 직을 가져갔다. 김정일의 유훈통치에서 완전히 벗어나 명실상부한 김정은시대의 개막을 선포한 것으로 보인다. 노동신문은 이날 “조선노동당 총비서 선거와 관련한 제의를 리일환 대표가 했다”며 “전당과 전체 인민의 총의를 모아 김정은 동지를 조선노동당 총비서로 높이 추대할 것을 본 대회 앞에 정중히 제의했다”고 밝혔다.
리일환 당비서는 “김정은 동지를 당의 수반으로 모시는 것은 우리 시대의 엄숙한 요구이고 수백만 당원들과 인민들의 드팀없는 신념”이라며 “우리 식 사회주의 승리의 결정적 담보를 마련하고 창창한 전도를 기약하는 거대한 정치적 사변”이라고 밝혔다. 그는 김정은의 업적에 대해 “국가 핵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을 빛나게 실현하셔 우리 조국을 세계적인 군사강국으로 전변시키셨다”며 “국가 방위력을 강화하셔 조국과 인민의 안전과 미래를 굳건히 담보해주신 김정은 동지의 업적은 민족 만대를 두고 길이 칭송할 만고절세의 애국 공적”이라고 찬양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당 정치국 위원 진입이 예상됐던 김여정은 당정치국 후보위원에서 탈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권력 2인자’로 불리며 김정은의 ‘위임통치설’까지 제기된 김여정이 이번 노동당8차대회에서 당 정치국 위원이나 당 부장 등 위상에 걸맞게 공식지위가 상승할 것이란 예측이 빗나갔다. 이날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공개된 당중앙위 8기1차 전원회의 공보에 따르면 김여정은 당 정치국 후보위원은 물론 당비서나 부장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현재 김여정의 이름은 정치국 후보위원보다 급이 낮은 당중앙위원회 위원 명단에만 포함됐다. 그러나 김여정의 정치국 후보위원 탈락이 ‘실질적인 정치적 위상’ 하락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정은 당총비서의 유일한 여동생인 김여정은 북한에서 공식 직책을 떠나 막강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이번에 당 총비서에 추대된 김정은의 유일영도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김여정을 2선으로 물러나게 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김여정이 공식 직책 보다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김정은 서기실장을 맡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정은의 서기실은 북한 핵심부서인 당 조직지도부나 군의 총정치국 등 모든 당·정·군 부서들의 보고가 통합되고 이행사항을 확인하는 곳이다. 국제사회에서 제기되는 2인자 여론을 의식한 조치라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북한이 이번 당 8차대회에서 대미강경노선을 밝힌 가운데 외교안보라인을 담당한 김여정의 역할이 축소돼 협상국면에서 재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업무상 실책을 범해 문책성 조치를 당했을 것이란 추론도 제기된다.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에는 김정은 최룡해, 리병철, 김덕훈, 조용원이 진입했다. 고령의 박봉주가 상무위원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고 조용원이 상무위원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용원은 당비서, 당중앙군사위에도 진입하는 등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특히 조용원은 당비서국 호명 때 김정은 뒤에 호명돼 당조직담당 비서로 승진했을 가능성 높아졌다. 정치국 위원에는 김정은, 최룡해, 리병철, 김덕훈, 조용원, 박태성, 박정천, 정상학, 리일환, 김두일, 최상건, 김재룡, 오일정, 김영철, 오수용, 권영진, 김정관, 정경택, 리영길 등이 진입했다. 강등된 정경택 국가보위상은 후보위원에서 이번에 정치국 위원으로 재진입했다. 후보위원에서 탈락했던 리선권 외무상도 이번에 후보위원에 재진입 했다. 이밖에도 후보위원은 박태덕, 박명순, 허철만, 리철만, 김형식, 태형철, 김영환, 박정근, 양승호, 전현철 등으로 나타났다.
대미 라인인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당 중앙위원회 위원에서 후보위원으로 강등됐다. 대중 외교를 담당해 온 김성남 당 국제부 제1부부장이 당 부장으로 임명됐고, 리선권 외무상은 정치국 후보위원 자리를 유지했다. 대남 문제를 총괄했던 김영철 당 부위원장이 당 비서에서 제외되고 당 부장에만 이름을 올려 북한이 대남 담당 비서를 없애고 당 부장만 둔 것으로 추정된다. 대남 담당이었던 장금철 당 통일전선부장은 부장단 명단에 빠져 해임되고 김영철이 통전부장에 복귀했다. 북한은 기존 10명이었던 당 부위원장을 7명 구성의 당 비서 체제로 줄였는데 인물 면면을 보면 대남과 외교 담당을 없앤 것으로 보인다. 당 정치국 상무위원은 종전과 마찬가지로 5명이며, 위원은 상무위원을 포함해 19명, 후보위원은 11명이었음. 당 중앙위원회 위원은 138명, 당 중앙위 후보위원은 111명이다.
한편 북한이 총정치국장을 김수길에서 권영진으로 교체했다. 북한은 또 지난해 인민무력성의 이름을 국방성으로 교체한 사실도 공식 확인해다. 김정관 인민무력상은 이날 공개된 정치국 위원 명단에 국방상 직함으로 올랐다. 북한의 군 관련 사업을 총괄하는 당 내 신설 조직인 군정지도부장의 이름도 이날 처음 공개됐는데 군정지도부장에는 오일정이 임명됐다. 오일정은 김일성 주석의 '항일 빨치산' 측근이었던 오진우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이다. 전임 최부일 부장은 고령으로 은퇴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