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2일 이희호 여사 장례식에 조문단을 파견하지 않고 김정은 국무위원장 명의의 조전(弔電)과 조화(弔花)만 보냈다.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우리 측 인사들을 만나 조전과 조화를 전달했다. 여권에선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인륜'을 거론하며 북한이 조문단을 파견해 남북 대화 재개의 물꼬를 틀 것이라는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를 두고 '하노이 노딜' 이후 남북 관계를 걸어 잠근 북한이 최소한의 성의 표시를 하면서도 아직은 경색된 남북 관계 개선에 본격적으로 나설 준비가 되지 않았음을 보여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 조화를 받아오기 위해 우리 정부 고위 관료와 고인(故人) 측 인사들이 판문점 북측 지역까지 올라간 것은 상식이나 예법, 국민 정서와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측은 이날 오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조전·조화 전달 의사를 밝혔다. 북측은 통지문에서 '노동당 중앙위원회 책임일꾼인 김여정 동지가 나갈 것'이라며 '12일 17시 판문점 통일각에서 귀측의 책임 있는 인사와 만날 것을 제의한다'고 했다. 정부는 장례위원회와 협의를 통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호 통일부 차관,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박지원 김대중평화센터 부이사장(민주평화당 의원)을 보냈다.

이들은 오후 5시 통일각에서 김여정, 이현 통일전선부 실장과 만나 15분간 대화한 뒤 조전과 조화를 넘겨받았다. 김정은은 조전에서 '리희호 녀사가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민족의 화해와 단합, 나라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기울인 헌신과 노력은 자주통일과 평화번영의 길로 나아가고 있는 현 북남 관계의 흐름에 소중한 밑거름이 되고 있다'고 했다.
북한이 조문단을 파견하지 않은 것은 현재의 미·북 대치 국면에서 한국에 기대할 게 별로 없다는 판단 때문으로 분석된다. 북한이 조화 전달을 이유로 우리 측의 '책임 있는 인사'들을 불러들인 것은 상식과 예법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