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북한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숙청 이후 군 원로인 오극렬(84)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공개 석상에 자주 등장해 장성택과 이권 다툼에서 밀려났던 오극렬이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2009년 2월 국방위 부위원장에 임명된 오극렬은 장성택과 이권 다툼을 벌이다 밀려 2010년 9월 김정은이 후계자로 지명된 뒤 ‘찬밥 신세’였으나 장성택 숙청을 전후에 공개 석상에 연이어 등장하고 있다.
19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국경 지방의 한 북한 소식통은 “장성택 처형 이후 오극렬 산하에 있는 대남연락소 외화벌이 회사와 무역기관 등 이권기관들이 활약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실적 부진으로 존폐 위기까지 몰렸던 국방위 산하 한 대남연락소 회사는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LPG가스 수입 허가를 전담 받았는데 직원이 40~50명 되는 이 회사는 1년 외화벌이 계획으로 200만달러를 상납해야 했지만, 그동안 장성택 세력에 밀려 실적이 부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통은 “장성택 숙청 후에도 연락소 외화벌이 간부는 수만 달러짜리 벤츠를 몰고 고급 식당을 드나들고 있다”고 말했다.
장성택 휘하 무역기관들이 석탄, 광물, 수산물 등 주요 이권을 거머쥐자, 오극렬 산하 회사들은 대부분 외상거래를 요구하고 나서 중국의 무역 대방(무역상)들로부터 외면을 당하기도 했지만 장성택 숙청으로 다시 기지개를 컬지 주목되고 있다는 것이다.
북중 무역에 관여하는 한 대북사업가는 “‘오 아바이’(오극렬)는 여전히 건재하다”고 말했다.
오극렬의 등장으로 북한에서 마약과 위조지폐 등 불법거래가 다시 고개를 들 가능성도 높다고 RFA는 전했다.
그는 “북한 간부층에서도 오극렬은 ‘국제테러범’으로 소문났다”면서 “그가 외국에 나가지 못하는 건 이런 불명예가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3월 북한의 탄도미사일과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을 막기 위해 오극렬 등 개인 4명과 조선무역은행을 제재 대상에 새로 추가했다.
오극렬은 노동당 작전부장 시절부터 일명 ‘수퍼노트’라는 100달러짜리 위조지폐를 만들고, 마약을 밀매해 ‘검은 돈’을 벌어들여 미국 등 서방에서는 요주의 인물로 찍혔다.
특히 김정은이 장성택 처형 이후 다시 빨치산 원로세력을 부각하고 나선 상황에서 오극렬의 행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오극렬은 항일빨치산 유격대 출신인 오중성의 아들이다. 또 오극렬의 아들인 오세원(43)이 평양 특권층 자녀들의 사조직인 ‘봉화조’에서 지도자급이라는 점도 주요 변수로 꼽힌다.
한미 정보당국은 오세원이 봉화조의 리더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김정은과 친형 김정철도 이 봉화조에서 활동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