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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정세

남북관계와 북한정세를 심층 분석합니다.
북한의 공간문헌과 정보를 분석하여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정책방안을 제안합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1. 김정은의 두 국가론에 담긴 의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241월 초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 회의에서 수도 평양의 남쪽 관문에 꼴불견으로 서 있다조국통일 3대 헌장 기념탑의 철거를 지시하고 우리민족끼리평화통일상징으로 비칠 수 있는 과거 잔여물 처리에 대한 실무적 대책을 주문했다. 김정은은 헌법에 있는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이라는 표현도 삭제돼야 한다통일, 화해, 동족이라는 개념 자체를 완전히 제거해버려야 한다고 했다. 123일 북한 전문 매체 NK News가 위성 사진을 분석한 결과 기념탑은 이미 철거됐다. 119일 위성 사진에서는 존재가 확인됐는데 123일 위성 사진에서는 사라졌다. 김정은의 지시 사항이었던 만큼 신속하게 이를 집행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주민들에게는 철거 사실 자체를 은폐했다.




 

하긴 건축물 폭파의 경험이 많으니 돌탑 정도 무너뜨리는 것은 큰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북한은 지난 2020616일 연면적 4498규모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를 단 한 번에 폭파했다. 2018427일 남북 정상이 합의한 판문점 선언에 따라 그해 9월 개성에 문을 연 연락사무소가 개소 19개월 만에 사라졌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613일 담화에서 멀지 않아 쓸모없는 북남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며 건물 폭파를 예고한 지 사흘 만에 속전속결로 실행에 옮긴 바 있다.

 

조국통일 3대 헌장 기념탑은 김정은의 부친 김정일이 20018월 평양 낙랑구역 통일거리에서 남포가는 고속도로에 조성한 기념물로, 여성 2명이 한반도 지도를 마주 들고 있는 모습의 높이 30m, 61.5m 규모의 석조 구조물이다. 북한은 그간 조국통일 3대 헌장민족공동의 통일강령이라며 주요 계기마다 대내외적으로 선전했다.

 

조국통일 3대 헌장은 김정은의 조부인 김일성 집권 시절인 19727·4 남북공동성명에서 제기한 자주·평화·민족대단결이라는 조국통일 3대 원칙’, 1980년 제6차 당대회에서 제시된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방안’, 19934월 최고인민회의 제9기 제5차 회의에서 제시된 전민족대단결 10대 강령을 말한다. 조국통일 3대 헌장 기념탑은 통일정책과 관련한 김일성·김정일의 공동 유산인 셈이다.

 

2. ‘두 국가론에 깔린 김정은의 저의와 향후 남북관계 전망

 

갑진년 시작과 함께 시작된 김정은의 광기(狂氣)는 시간이 갈수록 강도를 높여왔다. 고체연료에 의한 극초음속 중거리미사일(IRBM) 발사 등 군사적 도발과 함께 제1 적대국 선언, 남한 영토 점령·평정 및 수복 등의 헌법 명기 등을 거론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은 통일, 화해, 동족, 삼천리 금수강산, 자주, 평화통일 및 민족대단결 등 과거 평양에서 우리민족끼리를 강조할 때 단골로 끄집어 내었던 감성적 표현과 용어의 삭제를 지시했다. 북한은 외무성 홈페이지에 게재한 북한 국가 가사에서 삼천리 아름다운 내 조국부분을 이 세상 아름다운 내 조국으로 바꾼 것으로 확인됐다. 한반도 전체를 상징하는 삼천리라는 표현을 삭제했다. 북한 매체는 화성지구 3단계 착공식 현장에서 국가를 제창하는 주민들의 모습을 방영하면서 최근 삭제한 삼천리가사가 나오는 장면에서 화면을 전환해 보여주지 않아 눈길을 끈다. 최고인민회의에서는 헌법을 개정하여 두 국가론을 규정하는 조항을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민족을 상징하는 용어들은 분단 이래 북측이 남북 협상에서 남측의 협력을 구하거나 지원을 받고자 할 때마다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끄집어내었던 단골 화술이었다. 북한은 대남 적화통일 방침을 포기한 적이 없기 때문에 과거 북한과의 협상은 항상 난관이었다. 평양에서 남측 인사를 상대로 합창하던 반갑습니다라는 북측 노래는 남측 진보세력을 회유하는 감성형 통일전선전술이었다. 평양 협상에서는 민족대단결로 미제를 축출하자는 요상한 선동도 들어야 했다. 뜬금없는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으로 남측을 배제하고 무시했다.

 

군사용 전용 우려에도 불구하고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는 논리로 인민들을 위해 연간 최대 30만 톤까지 쌀을 지원했다. 햇볕을 강하게 쐬면 외투를 벗을 거라는 동화 같은 이솝 우화를 끄집어내며 [사랑의 불시착] 드라마가 현실에서 실현되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북한은 6차례의 핵실험으로 전 세계에서 아홉 번째 핵무기 보유국이 됐고 남한 영토의 완정(完整)으로 응답했다.

 

김정은은 두 국가론에 해당하는 말 폭탄을 계속해서 던지고 있다. “대한민국 것들과 그 언제 가도 통일이 성사될 수 없다” “동족이란 수사적 표현이 우리의 국격과 지위에 어울리지 않는다” “전쟁 중인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됐다” “전쟁이란 말은 우리에게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현실적인 실체로 다가오고 있다” “유사시 핵 무력을 포함, 모든 물리적 수단과 역량을 동원해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에 계속 박차를 가해 나가야 하겠다” “언제든 무력 충돌이 생길 수 있다. 불집을 일으킨다면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괴멸시켜야 한다.” 최근에는 남북한 경의선 철도 도로 및 전력 송전탑도 다 단절시켰다. 적대 국가 관계에 맞는 절연 수준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불똥은 한반도에도 떨어졌다. 지난 9월 초 러시아 함정이 청진항에 소리없이 입항했다. 6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평양 방문에서 합의한 군사동맹 조약에 따라 우크라이나 파병 병력과 무기를 수송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러시아 함정이 북한 항구에 입항한 것은 지난 1990년 구소련 해체 이후 34년 만이다. 러시아 함정이 북한 항구에 기항함으로써 소련의 한반도 개입의 역사가 귀환했다.

 

김정은은 젊은 북한군의 핏값인 파병 대가로 수억 달러에 이르는 용병 비용에 이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핵잠수함 및 평양 방공망 등 각종 군사기술이 속속 이전되고 있다. 심지어 아프리카 사자와 불곰 등 70여 마리의 동물 등이 모스크바에서 평양 중앙동물원으로 보내졌다. 동물을 활용한 중국의 판다 친선 외교까지 모방하며 군사동맹은 절정에 달하고 있다. 내년 트럼프 취임이후 김정은은 모스크바를 방문하여 푸틴과 정상회담을 하며 힘자랑을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미시적인 거래 이외에 심각한 후폭풍이 깔려 있다. 가장 큰 중장기 우려는 향후 유사시 러시아군의 북한 내륙 및 항구에 진주 가능성이다. 러시아측은 한국의 우려를 감안 한 듯 한국이 북한을 공격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위기 상황은 북한의 도발로 시작하기 때문에 시나리오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핵무기로 무장한 북한군의 대남 위협이 한미동맹의 확장억제 전략으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국지적 도발로 이어질 수 있다. 우크라이나 최전선에서 북한군의 막대한 인명 피해는 김정은 체제의 균열을 가져올 가능성이 큰 만큼 대남 도발로 인민들의 불만을 호도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남북관계는 당분간 추운 겨울이 될 것이다. 김정은은 트럼프와 핵무기카드를 흔들며 기싸움을 전개할 것이다. 트럼프는 한반도 관리 차원에서 다시 한번 정상회담를 재연할 수 있다. 트럼프는 노벨상 수상에 관심이 많다. 김정은은 노벨상 카드로 트럼프에게 러브레터를 보낼 것이다.

 

트럼프 당선자가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미침으로써 향후 한국 패싱의 문제가 대두될 것이다. 국제사회의 북한 비핵화 피로감으로 미북 간에 부분 비핵화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러시아의 뒷배를 믿고 더 이상 유엔 대북제재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파병은 남북관계에도 큰 악영향을 줄 것이다.

 

이래저래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은 평양이 주장하는 속칭 외세 개입의 단초를 제공하여 우리의 평화통일 독트린 실현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현대전을 피로 체험한 북한군은 대남 위협에서 핵무기만큼이나 위협적이다. 마가(MAGA) 정책을 선언하며 워싱턴에 복귀한 블랙스완 스타일의 지도자를 유인하기 위한 새해 을사년 김정은의 도발은 명약관화하다. 우크라이나와 중동전쟁의 종전 이후에는 북한 변수가 부상할 것이다. 을사년 2025년도 한반도에 긴장은 불가피할 것이다. 한중관계의 발전으로 북한을 견제하는 이이제이(以夷制夷) 외교전략도 필요하다. 그동안 대한민국의 안보는 자강불식(自强不息)과 한미동맹으로 지켜왔는데 한미동맹이 깊은 동맹(deep alliance)에서 거래동맹으로 전환함에 따라 안보 불안은 심화될 것이다. 트럼프가 방위비 협상의 레버러지로 흔들지 모르는 주한미군의 철수 카드도 북한이 노리는 틈새가 될 것이다. 불확실성만이 확실한 시대에 접어들었다. 

 

남성욱 -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고려대 북한학연구소장을 지냈다. 2008년 국정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2013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차관)을 지낸 뒤 후학 양성과 북한 문제 연구에 전념해오고 있다. [김정은의 핵과 경제](2022, 박영사), [북한 여성과 코스메틱](2017, 한울아카데미), [한반도 상생프로젝트](2009, 나남) 등 북한 문제에 관한 다수의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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