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의 승리 가능성이 높아지며서 미국의 한반도 정책의 변화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바이든 후보가 당선될 경우 외교·안보 분야의 한미 간 현안은 물론 대북 정책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법을 대대적으로 수정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동맹을 경시한 트럼프와 달리 바이든 후보는 아시아와 유럽의 전통적 동맹과 관계 회복 및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한반도 정책 변화를 시사한다.
바이든 후보는 미국내 최고의 ‘지한파’로 꼽힌다. 상원의원 시절 의정활동 대분을 외교 분야에서 일했고. 외교위원장도 오래 맡았다. 1980년대 미국에서 망명하던 김대중(DJ) 전 대통령과 처음 인연을 맺고 이후 한국 대통령 대 미국 상원 외교위원장으로 우정을 쌓아왔다. 그가 DJ정부 시절인 2001년 8월 11일 당시 미국 상원 외교위원장 자격으로 방한해 청와대에서 DJ와 점심식사를 함께하던 중 서로 넥타이를 바꿔 맨 것은 유명한 일화다.
바이든 후보는 한미 관계 주요 현안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유연한 입장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행정부의 방위비 대폭 증액 요구를 ‘폭력단의 갈취행위’라며 비판한바 있다. 주한미군 철수와 관련해 한미동맹의 가치와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도 부합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중 간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안미경중(安美經中)정책을 유지하는 한국에 대해 동맹의 편에 설 것을 촉구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북한 문제에 있어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기조를 완전이 뒤엎는 대전환을 예고했다. 바이든 후보는 북한 비핵화 문제는 ‘두어번의 정상회담’으로 풀수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톱다운(top-down)해법보다 ‘실무수준에서 진지한 외교적 노력을 선행’하는 ‘보텀업’(bottom-up)방식을 제시했다. 바이든 후보는 9월 대선후보 토론에서 “그(트럼프)는 (김정은이란) 폭력배(thug)를 좋은 친구(good buddy)라고 부르면서 정당성을 부여했지만 현재 북한은 예전과 달리 미국 본토를 아주 쉽게 공격할 수 있는 ICBM을 갖게 됐다”며 ‘톱 다운’방식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다만 실무협상에서 구체적인 성과가 나올 경우 정상회담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바 있다.
바이든 후보의 대북관은 과거 북한과 주고 받은 설전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지난해 5월 조 바이든 후보가 대중연설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독재자’라고 지칭하자 북한은 ‘지능지수 낮은 멍청이’(An Idiot With a low IQ)라고 되받았다. 또 지난해 11월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미친개는 한시바삐 몽둥이로 때려잡아야 한다’는 논평에서 바이든 후보를 가리며 ‘미친개’라고 비난했다. 이에 바이든 후보는 “살인적인 독재자 김정은이 나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며 “나는 그들의 모욕을 영광의 훈장으로 여긴다”고 응수했다.
또 김정은에 대해 “내가 대통령이 되길 원하지 않는 독재자 리스트에 그를 추가하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바로 옆에”라고 꼬집기도 했다. 이 때문에 대북 강경파인 바이든 후보가 당선될 경우 북한은 곤혹스러은 입장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국의 전통 외교에서 벗어나 자기 과시와 포률리즘을 중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처럼 쉽게 다룰 수 있는 상대가 아니기 때문에 북한도 대미전략을 대폭 수정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1월 열릴 예정인 노동당 제8차대회에서 새로운 대미외교노선이 발표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내년 상반기에나 바이든 정부의 외교안보 진영 구성 및 정책의 윤곽이 그려지기 때문에 북한은 미국의 한반도 정책 공백기를 충분히 이용하려 들 것이다. 북한은 연말까지 ‘80일전투’를 내세우는 등 내년 1월로 예정된 8차 당대회를 앞두고 내부 결속과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에 당장 어떤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은 낮다. 다만 바이든 후보의 당선이 확정되면 북미 정상회담 및 제재 해제가 단시일에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내년 8차당 대회를 계기로 미국의 관심을 얻기 위해 대남도발을 강행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을 향한 전략도발이 새로운 제재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남한을 향해 NLL등에서 공세를 취할 수도 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도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 장관은 6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남북 생명 공동체 실현과 평화경제 학술포럼’에서 “북한이 미국의 차기 행정부의 의중을 탐색하기 위해 한반도에 인위적인 긴장을 조성한다면 이는 결코 바람직한 선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북한이 외교적 고립에서 탈피하고 생존을 모색하기 위해 전통적 우방국인 북중, 북러 관계 강화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북중, 북러 간 상호방위조약 체결 50주년을 맞으며 정치·군사적 협력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북한은 워싱턴에 접근하기 위해 일본을 활용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북한은 2018년 평창올림픽을 통해 한반도의 긴장국면에서 평화공세로의 전환에 성공한 사례가 있기 때문에 내년 도쿄 올림픽 참석에 관심을 보일 것이다. 특히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김정은 위원장과의 조건 없는 만남을 언급했기 때문에 일본과의 물밑 접촉 및 정상회담을 타진할 가능성도 있다.
한편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 북한 비핵화 해법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한국과 일본, 중국 등 한반도 주변국과의 공조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다자외교가 부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