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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정세

남북관계와 북한정세를 심층 분석합니다.
북한의 공간문헌과 정보를 분석하여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정책방안을 제안합니다.

북한이 2019년 12월 28일 ~ 31일까지 4일 간의 당 중앙위원회 제7기5차전원회의에서 김정은의 ‘새로운 길’을 공식화 했다. ‘새로운 전략무기 공개’, ‘충격적 실제행동’, 핵·ICBM 모라토리엄(발사 유예)파기 예고 등 미국과의 초강경 대응 전략을 제시했다. 미국과의 장기전을 염두에 둔 ‘대북제재 정면돌파전’을 선언하기도 했다.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 돌입하는 트럼프의 관심을 북한에 붙들어두기 위해 강경선언을 하면서도 협상의 여지는 남겨두었다. 미국에 先적대시정책 포기 및 대북제재 해제를 요구하면서 장기성을 띤 미국과의 대결과정에서 핵무력을 강화하며 압박하고 대북제재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자력갱생으로 버티는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이는 미국의 대선판세와 향방의 불확실성 트럼프 정부의 정치적 상황, 중국·러시아의 중재 노력 등 향후 추이를 봐가며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의 국내적 불확실성, 대선 판세가 정리될 때까지 판을 완전히 깨지 않으며 일정한 긴장성을 유지하기 위한 용도다.


‘대북적대시정책 철회’ 전까지 비핵화 협상은 없다는 입장은 지난 해 10월 스톡홀름 실무협상 결렬 직후 주장했던 구도를 보다 명확히 한 것이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보였던 ‘대북제재 해제와 비핵화 동시 교환’에서 한층 높아진 구도 설정이다. 향후 대미전략의 핵심구도를 ‘선 대북적대시정책 철회, 후 비핵화 협상’으로 설정한 것으로, 사실상 ‘선대북제재 (단계적 또는 부분적) 해제 조치, 후 비핵화 협상’을 관철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안전보장 요구는 한국에 제공되는 핵억제력(미국의 핵우산) 제거도 포함된다는 점에서 ‘핵군축’을 의미한다. 사실상 비핵화의 범위를 북한의 비핵화뿐만 아니라 한국에 제공하는 핵억제력 제거를 포함하는 북한식 ‘조선반도의 비핵화’1)로 이동시키는 의미를 갖는다. 이번 전원회의에서 김 위원장의 “세계적인 핵군축과 전파방지(비확산)를 위한 우리의 노력에도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언급은 그런 차원에서 읽을 수 있다. 또 장기적인 안전이 보장되기 전까지는 ‘강력한 핵억제력의 경상적 동원태세’를 유지하겠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


 핵·미사일 활동 중단 등 기존 약속의 흔들기, 건군절(2.8) 및 김일성 생일(4.15) 등 정치행사에서의 신종 전략무기 공개, 한미연합훈련시즌 대응 무기 발사, 인공위성발사,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실험, 다탄두미사일(MIRV) 개발 노출 등 정세와 국면에 따라 압박용으로 전략무기를 공개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중국과 러시아를 의식해 현시 수준을 조절할 가능성은 있다. 보도에 나타난 김정은의 상황 인식은 미국이 적대시정책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정면 돌파를 하겠다는 것이다. 김정은은 미국의 대북적대시 정책이 노골화 되고 있다면서, 미국이 시간 끌기를 하고 있다고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이는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 유예라는 외교적 성과를 과시하면서도 이에 상응하는 대북 제재 완화를 하지 않고 있다는 비난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제재 완화를 거부하는 미국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우리의 전진을 저해하는 모든 난관을 뚫고 나가자”는 말로써 금년 한 해 동안 미국과 대결구도를 형성할 것임을 예고했다. 비핵화를 하면 북한 경제의 밝은 미래를 보장한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제안에 대해서도 가시적인 경제적 성과와 복락을 위해 안전문제를 무시할 수 없다는 말로 명시적인 거부 의사를 밝혔다. 다시 말해 비핵화를 하면 경제성장을 보장하겠다는 미국의 접근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대신 북한은 자력갱생을 통해 경제를 성장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핵무력을 보유하는 사실상 핵보유국 길로 나선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그간 약속했던 비핵화 조치는 일절 언급이 없다. 9.19 평양 공동선언에서 북한이 선제적으로 폐기를 약속한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가 건재한 상황에서 미국의 적대시 정책만을 비난하고 있다.


물론 금후 미국의 입장을 보아가며 핵 억제력의 폭과 심도를 결정한다는 말로 대화 여지를 남기긴 했지만, 이는 도발 명분 쌓기 용일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제재완화 조치를 선행적으로 해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를 얻어내는 거래 만이 평가를 받는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폼페오 국무장관이 북한 보도 내용을 접한 이후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해야 함을 강조한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미국을 비난하면서 전략도발로 나갈 것이다. 그렇기에 결국 말로는 대화가능성을 열어두는 듯한 표현을 담았지만 결과적으로는 도발을 하는 명분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김정은은 미국에게 북한의 충격적인 행동을 보게 될 것이라며 강도 높은 전략도발을 예고했다. 특히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는 말로 신형 핵무기 투발수단 실험을 시사했다.


당초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와 같이 트럼프 행정부를 직접 자극하지 않는 방식의 전략도발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보여준 김정은의 발언은 보다 직접적인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이다. 이러한 북한의 행태는 이미 지난 12월 22일 개최한 것으로 보이는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에서 소위 ‘자위적 국방력’을 계속 발전시키는 문제를 논의할 때부터 이미 준비되어 온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도발의 시기는 언제일까? 미국 국방부는 김정은 생일이 있는 1월 8일부터 김정일 생일이 있는 2월 16일 사이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는 보도가 제기된 바 있지만, 1월과 2월에는 단거리 미사일 정도를 발사하며 긴장을 고조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결국 북한도 도발의 명분을 축적하며 북중관계를 유지할 필요성이 있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레드라인을 넘어서는 ICBM도발은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재개된 이후일 것으로 본다.


따라서 3월에 북한의 전략도발이 이루어지고 이로 인한 긴장 조성 가능성이 클 것이다. 물론 이는 북한의 기술적 준비가 완성된 상황을 가정한 것이고, 만일 준비가 덜 되었다면 그 시기는 늦춰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금번 보도의 내용에서는 남북관계가 생략되었다. 김정은 신년사를 갈음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그간 발표된 신년사를 돌아보면 이례적인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과거의 신년사는 남북관계를 핵심적인 내용으로 포함해 왔다. 특히 지난 4년 동안 북한은 신년사를 통해 대남정책의 기본 방향을 밝혀왔다. 하지만 금년에는 남북관계가 전혀 논의되지 않았는데, 이는 의도적으로 한국 정부를 배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작년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부터 한국 정부에 대한 비난과 압박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10월에 가서는 금강산에 있는 한국 시설들을 철거하라고 지시를 했다.


이러한 대남 비난 기조가 한 단계 더 나아가서 이제는 무시단계로 접어든 것이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미국과의 관계가 개선되면 한국 정부는 언제든지 협조관계로 돌아설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간 우리 정부가 북한을 배려해 온 것을 북한은 자신들의 권리처럼 여기고 있는 모습이다. 그렇기에 금년에는 의도적으로 남북관계를 생략하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모습이다. 당분간 이러한 기조가 이어지며 남북관계 개선을 업적으로 삼고자 하는 정부의 입장을 곤란하게 만들 전망이다.

이번 전원회의에서는 이례적으로 경제사업의 전반적 문제를 가감 없이 솔직히 밝히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성과나 전망보다는 관리의 문제점 지적에 많은 비중을 할애했다. “나라 형편이 눈에 띠게 좋아지지 않았다”거나 국가의 집행력·통제력이 약화, 과도적이고 임시적인 사업방식, 내각의 경제사령부로서 역할 미약 등을 지적했다.


경제의 ‘장기전체제’로의 전환, 자력강화를 위해 큰 틀에서 사업방식을 바로잡겠다는 취지가 강해 보인다. 지난 해 정세전환 이후 내각의 역할 강화를 주문해 왔으나, 경제사업에서의 당과 행정의 오랜 갈등구조, 경제난 이후 특권경제의 구조화, 짧은 기간 과도하게 펼쳐놓은 국책건설사업 등이 변화하는 경제 현실과 충돌하는 데서 나타나는 난맥상을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김 위원장의 지적과 해법 제시는 국가관리와 경제사업 전반에 대한 국가의 통제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비공식경제부문에 대한 통제·관리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주민들의 시장에서의 경제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그러나 기존 경제개혁의 후퇴나 중단으로 보긴 힘들어 보인다.


김정은이 제시한 해결방법들은 국가 통제 역량을 끌어올리는 차원도 있지만, 크게 보면 국가와 시장의 연계를 보다 효율적으로 국가가 관리하기 위한 목적도 있어 보인다. 가령 국가상업체계, 사회주의 상업의 복원은 “국가의 이익과 인민의 편리를 다 같이 보장”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과도한 시장화 견제의 필요성, 재정 수입 확대 측면도 있지만, 둘 사이의 ‘균형’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연계를 보다 효율화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또 “새 기술, 새 제품 개발 경쟁”을 위한 절차·제도의 정비는 제품의 질을 제고해 시장 수요에 부응한다는 측면으로 읽을 수 있다. 전문건설 역량 강화도 늘어난 민간 건설수요에 맞춘 측면이 있고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의 현실성 있는 실시도 기업경영의 효율화·분권화 측면에서 시장과의 연계를 강화하는 측면을 갖는다.


한편 주목할 부분은 경제 발전 10대 전망목표 추진을 계획하고 있다는 대목인데, 올해 종료되는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에 이은 새로운 경제발전 목표로 보인다. 둘 사이의 관계가 불분명하긴 하지만, 1993년 이후 당국 차원의 전망목표가 수립된 것은 처음이란 점에서 그 실체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전대미문의 혹독한 도전과 난관”이라는 표현으로 대변되듯이 현재의 상황이 매우 엄중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번 전원회의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2016~20년)에 대한 언급이 이번에 전혀 없었다. 2020년이 ‘5개년 전략’의 마지막 해라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사실상 ‘국가경제발전5개년전략’의 실패를 자인한 것이다.


김정은은 자력갱생을 넘어 자력부강이나 자력번영과 같은 언급을 하고, 내각을 질타하며 국가관리와 경제사업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사실 보도 내용에서 뾰족한 수는 보이지 않았다. 늘 강조하던 금속공업, 화학공업, 전력공업, 석탄공업, 기계공업, 건재공업, 철도운수, 경공업부문을 언급하며 생산을 독려했을 뿐이다. 과학기술의 강조나 교육 개선 역시 그 방향성이 새로워진 것은 없다. 결국 대북제재가 해제되지 않는 한 북한 스스로 경제발전을 이루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대북제재 완화나 시장경제로의 전환 없이는 북한 경제의 근본적 체질개선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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