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쿠르드 사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변칙적인 대외정책 때문에 세계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다. 터키-쿠르드 사태를 보면 트럼프 요인이 있고 미국의 구조적 이익이 있기 때문에 쿠르드를 버릴 수 있었다. 한국은 쿠드르와 다르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미국의 고립주의적 성향이 나타날 수 있는 여러 부정적 결과를 미리 알고 차단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미국제일주의가 나온 뒤로 전 세계가 어지러운 상황이다. 유럽은 유럽대로, 중남미는 베네수엘라에 칠레에서의 데모, 중동의 시리아, 이란 문제로 사우디가 공격 받고, 중국은 경제, 군사적으로 부상하고, 홍콩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미·일 동맹이 흔들리는 혼란스러운 상황까지 겹치고 있다.
기본적으로 트럼프의 대외정책이 동맹국이나 파트너를 배려하지 않고 ‘America first’(미국우선주의)만 하니 다른 나라들도 자기 이익을 챙기는 것으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래서 미국에 국제적 리더십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는 진지한 외교보다 이벤트를 좋아하기 때문에 염려되는 상황이다. 시리아 철군도 터키-쿠르드 사태와 연관되어 있다. 쿠르드족은 인구 3~4000만의 중동 지역의 떠돌이 종족이다. 2차 대전 직후 독립 국가를 못 만들고 상당수는 터키 남부, 시리아, 이라크에 흩어져 살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문제는 국제관계에서 자결권과 주권의 문제가 충돌한다는 것이다.
이 문제가 충돌하면 사실 주권이 이긴다. 그래서 60~70년대에는 독립을 많이 했지만 70년대 이후 독립한 나라가 거의 없다. 왜냐하면 주권국가는 주권국가로서의 권리를 다 누린다. 유엔 회원국도 되고 다른 나라와 외교적 협상도 하는데, 주권국가를 만들지 못한 국가는 힘이 없거나 도와줄 강대국이 없으면 그런 권리를 향유할 수 없다. 쿠르드족이 딱 그런 경우다. 과거 이라크, 시리아 내전 상황이 미국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니 미국이 쿠르드족의 손을 잡았다. 군수물자도 지원했다. 쿠르드족은 이를 통해 독립을 쟁취하리라 기대했었다. 그러나 미국은 이라크에서 이라크 정부를 버릴 수 없었다.
쿠르드족이 시리아를 이기면 쿠르드족이 시리아를 가질 수 있겠지만 시리아는 러시아와 손잡고 있기 때문에 쉽지 않다. 쿠르드족이 시리아를 이길 수 없고 미국도 전면전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터키는 중동에서 미군 동맹의 핵심이다. 중동을 견제하는 미군 기지가 터키 남부에 있는데 거기엔 핵무기도 약 50개 정도 있다. 그러니 그 기지를 빼면 미국이 이탈리아까지 후퇴해야한다. 터키가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에 큰소리치는 것이다. 시리아 문제가 장기화 되는 이 상황에서 시리아 철군은 트럼프와 푸틴이 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고립주의가 가치가 없는 전쟁엔 관여하지 않겠다는 것이니 트럼프의 입장에선 철군 자체가 전략적으로 나쁜 결정은 아니다. 우리나라도 예전에 이라크 파병할 때 전투가 거의 없는 북쪽 지역에 보냈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미국의 시리아 철수를 비난하고 있다.
국제관계가 다 그렇다. 동맹인 쿠르드족을 버리는 미국이 나쁘긴 하지만 시리아 철군이 미국의 이익에선 나쁜 결정이 아니다. 어차피 상황 관리가 안 되니 빼는 거다. 그러다 보니 터키가 이 기회를 이용해 쿠르드를 공격하는 것이다. 왜냐면 터키 남부 쿠르드족이 계속 에르도안에 반대하고 테러도 했다. 그래서 이 참에 쿠드드족을 정리하려고 폭격했지만 국제 여론이 안 좋아져 트럼프가 어쩔 수 없이 펜스 부통령과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보내 중재에 나선 것이고, 결국 잠정적으로 휴전 협정이 타결됐다. 이 휴전 협정은 당분간 지켜지겠지만 핵심은 쿠르드족의 독립국가 형성은 물 건너갔다는 것이다. 시리아 문제는 러시아가 적극 개입해 승부가 안 나고, 이라크 생존과 관련해 걱정했던 IS문제는 해결이 됐으니 미국의 입장에서 쿠르드 ‘토사구팽’ 얘기가 나오는 거다.
미국의 입장에서 동맹국 터키는 버릴 수 없다. 그러나 쿠르드족은 독립국가가 아니니 동맹이 아니라 파트너 정도다. 터키는 미국의 주요 동맹국이고 NATO 회원이다. 그러니 동맹인 터키 편을 드는 거다. 이게 국제정치의 현실이다. 터키-쿠르드 문제와 한미동맹의 차이점은 크다. 한국은 미국의 동맹국이고 주권국으로 세계 12위권 경제 대국이다. 그리고 북한이 핵을 갖고 있지만 한미동맹 차원에서 억제력을 유지하고 있으니 상당히 안정적이다. 그런데 북한이 계속 단거리 미사일 발사하면서 주한미군의 생명이 위태로워 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북한의 잦은 미사일 발사가 한국에 대한 위협의 측면도 있지만 주한미군에도 위험이 되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해외에 부대를 배치하면 이 부대를 어떻게 작전적으로 보호할 것인가 먼저 고려하는데 미사일 방어가 충분히 되어있지 않으면 평택기지가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미국의 입장에선 위험에 노출시키면서 평택에 많은 미군을 주둔시킬 필요가 없다. 그게 미국이 생각하는 국방기획의 모듈이다. 평택 주둔 미군의 위험도를 줄이기 위해 상시 주둔 보다 필요할 때 기지만 사용하면서 왔다갔다 하는 방식으로 간다는 것이 미국의 전략이기도 하다. 북한은 이런 점을 이용할 것이고, 계속해서 미사일 도발의 강도를 높일 것이다. 결과적으로 한미동맹이 약화되는 위기를 맞게 된다. 트럼프의 고립주의적 정책에 의해 한미동맹에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은 또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문제가 방위비 분담이다. 국내여론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현실적으로 미국도 50억 달러 전부는 아니고 20억 달러 정도를 목표로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우리도 그걸 다 줄 수는 없는 것이고 협상을 통해 잘 해결해야 한다.
이런 여러 요인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동아시아의 주요 동맹국인 한국을 버리기는 어렵다. 70년의 한미동맹은 한 행정부의 집권 보다 오래되었고 한미동맹의 저변은 튼튼하다. 그러니 우리가 동맹을 어떻게 잘 관리할 것인가 방점을 둬야 한다. 우선 여러개의 트럼프 리스크 가운데 북핵 문제, 방위비 분담, 미군기지 환경 문제 등이 해결 보다 갈등을 겪을 때 한미 양국에서 동맹 회의론이 제기될 수 있다. 북한은 계속 탑다운(TOP-DOWN)방식을 요구하면서 트럼프와의 만남에 기대를 걸고 있다. 북한은 싱가포르에서 트럼프만 결정하면 비핵화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배웠다. 트럼프가 참모진과 논의도 없이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한다고 김정은에게 얘기한바 있다. 트럼프가 ㅎ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한다고 했지만 명칭을 바꾸고 저강도로 계속 진행되고 있는데 북한은 이를 두고 미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고 여론전을 펴고 있다.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에서 여론전에서 밀리는 것은 상당한 리스크가 된다.
이밖에도 문재인 정부의 리스크도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 중심적 외교에 있어서 작년 제재 완화를 얘기한 건 정말 성급했고 그때부터 한미 간에 문제가 생겼다. 작년 11월에 한미워킹그룹이 구성되고 나서 갈등이 좀 잦아들었지만 하노이 협살 결렬 이후 북한도 미국도 한국을 무시한다. 왜냐면 우리 정부가 할 역할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이 하노이 이후 깨달은 건 한국정부가 전달했던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가짜라는 것이다. 북한이 우리 정부를 무시하는 건 한국 정부가 이야기한 영변과 제재해제를 맞바꾸는 가정이 가짜라는 걸 김정은이 아는 순간 막말을 하고 한국을 만나지 않는 것이다. 우리가 자초한 부분이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 괜찮다고 본다. 우리가 북한에 지원해도 되지만 핵 만큼은 반드시 양보하지 않고 물고 늘어져야 하고 다른 한편에선 동맹을 잘 관리해야 한다.
그럼 우리가 전략적으로 유리하다. 일부에서는 작년 30년 간 북한이 핵무기 만들었는데 우린 뭘 했냐, 협상에 실패한 거다. 북한에 속았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우리가 승리한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딱 30년이 되었다. 1989년 프랑스 인공위성이 영변 핵시설 찍으며 처음 이슈화된 때부터 93년, 94년 긴장 고조되다가 제네바 합의하는 그 과정을 이어가면서 북한은 핵무기를 만들었다. 국제사회는 계속해서 제재를 만들었다. 누적된 대북제재만 십수개가 넘느다. 그동안 북한은 경제가 정체되어 개인소득이 아무리 많아도 3000불이 안 된다. 우리는 3만 불이다. 경제력이 수십 배의 차이가 난다. 북한이 핵을 가지고 우리를 흔들 수 있으면 성공할 수 있는데 동맹 때문에 못 흔든다.
그래서 우리가 이긴 게임인데 그 이긴 게임이 계속되느냐 하면 그거나 아니다. 북한은 미국을 흔들어 동맹을 약화시키려고 한다. 동맹이 흔들리면 전략 싸움이 바뀌게 된다. 그러니 북한의 비핵화 개념은 주한미군 철수하고 한미동맹 해체해야 핵무기를 버리겠다는 것이다. 북한은 한 번도 변한 적이 없는데 우리가 지금껏 국내 정치적 요인에 의해서든, 무식해서 그랬든 자의적으로 해석하며 문제가 된 것이다. 동맹문제를 관리할 때 그냥 최소한의 보장만 해주면 된다. 미국도 주한미군에서 얻는 전략적 이득이 크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절대 안 떠날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우리는 어느 쪽에서는 떠난다고 걱정하고 어느 쪽에서는 절대 안 떠난다고 하는데, 중간에서는 그래도 미국도 주둔하고 싶어 한다. 미국이 주한미군을 빼라고 해도 잘 안 나갈 거다. 다만 우리정부가 공식적으로 이야기하고 국민들이 모두 나서서 이야기하면 나갈 것이다.
결론적으로 트럼프의 변칙적인 대외정책이 리스크 요인이고, 한국 국내정치상 외세의 침범이 많으니 외세를 싫어하는 본능, 행정부의 북한 이슈, 교묘한 북한의 행보가 맞물렸다. 이번에 금강산 관광도 보면 북한의 외교적 수준이 굉장히 높다. 그런 걸 고려할 때 한미동맹이 무조건 안정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 사이를 잘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추가로 금강산 관광의 경우는 이번 실무협상 내용에서 북한이 영변 핵 폐기하고 다른 응축시설을 동결하면 미국이 석탄, 섬유 수출을 3년 간 유예해 준다는 얘기가 나왔었다. 북한이 과거 석탄 수출 통해 15억불 정도 벌었고, 섬유수출로 몇 억불 벌었는데 대략 20억불 정도 된다. 한때 북한이 중국에서 수입을 많이 했을 때 도 30억불을 넘긴 적이 없었고, 20 억불 정도가 최고다. 만약 미국이 석탄, 섬유 수출을 3년간 유예해 준다면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필요한 물품을 수입을 할 수 있는 돈을 미국도 주는 셈이다. 그러나 미국과 북한이 스톡홀롬에서 만나 그런 얘기를 주고 받았는지 모르지만 결렬됐다.
미국과의 협상이 결렬되면서 북한은 중국에 기대를 걸고 있다. 중국은 대북제재 때문에 직접 대규모 투자를 하진 못하고 관광객을 보내 북한을 지원하려 한다. 지난 6월 달에 시진핑의 방북 때 관광객 200만 명을 북한에 보내겠다는 얘기가 나왔다. 관광객 200만 명이 가서 100만원씩 쓰면 20억불이다. 미국이 경제제재를 통해 북한을 압박하는 와중에 시진핑이 김정은에 200만 관광객을 약속한것이다. 중국이 그런 약속을 했는지 확인이 필요하지만 그렇다치더라도 북한의 관광인프라는 아직 중국 관광객을 수용할 준비가 안됐다는 것이다. 지금은 당장 몇 만명이 가도 시설이 없어 수용이 어렵다고 한다. 북한이 백두산과 삼지연, 원산-갈마, 금강산을 개발하는 이유가 바로 중국 관광객 유치 때문이다. 왜냐하면 중국은 대부분 내륙 또는 황해이기 때문에 동해의 푸른 바다를 못 본다. 원산은 푸른 바다가 있기 때문에 중국 관광객들이 올 수 있는 인센티브가 충분하고, 그걸 염두에 두고 개발하는 건 자연스럽다.
-사단법인 샌드연구소 10월 한반도정세분석 세미나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 2019년 10월 26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