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은 2016년 3월 21일 ‘노동당시대의 참된 공산주의 인간, 공산주의 가정’이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북한이 고난의 행군 이후 노동신문에서 잘 사용하지 않던 공산주의 용어를 다시 부활시킨 이유는 무엇인가? ‘사회주의는 어제도 오늘도 인류의 이상’ ‘사회주의 위업의 필승불패성에 대한 절세위인의 역사적 선언’3월 1일 노동신문 2면 이라며 사실상 공산주의를 부정하던 북한이 7차당대회를 향한 ‘70일전투’ 기간에 이 용어를 등장시킨데는 그만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러면 노동신문이 언급한 것처럼 북한 전역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는 공산주의 인간, 공산주의 가정의 의미는 무엇인가?
이 글은 최근 새롭게 강조되는 ‘공산주의’ 문구가 이데올로기가 아닌 공산주의 ‘인간’과 ‘가정’이라는 수사적 표현에 주목한다. 시장화에 따른 북한주민들의 개인주의 의식구조를 집단주의 의식구조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대중에게 익숙한 용어의 선택이 필수적이다. 인민에게 친숙한 개념인 공산주의 용어를 통해 집단주의적 ‘인간’과 ‘가정’을 사회에 일반화하려는 정치적 목적을 드러내고 있다.
따라서 노동신문이 제시한 공산주의 인간과 가정이라는 용어를 분석해보면 향후 김정은이 지향하는 중장기적 국가전략을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공산주의 인간’, ‘공산주의 가정’의 의미 과거 북한주민들에게 친숙한 공산주의 개념은 이상사회의 목표인 동시에 집단주의로 인식되어 왔다. 그것은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라는 공산주의 구호로 설명된다.
이 구호는 개인과 집단의 결합을 강조하여 집단에 대한 개인의 희생을 스스로의 선택처럼 착각하도록 하고 집단을 인민대중으로 묶어 수령의 영도를 강조하는 통치방식을 내용으로 한다. 공산주의 개념이 친숙했던 북한사회에서는 쉽게 받아들일 수는 용어이기 때문이다. 과거 ‘공산주의 아바이’, ‘공산주의 어머니’등의 호칭은 ‘공산주의 인간’과 함께 보편적으로 사용됐다. 공산주의 인간은 평범한 일상에서 집단을 위해 자기의 모든 것을 다 바쳐 헌신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그러나 고난의 행군 이후 시장이 도입되고 개인주의가 확산되면서 공산주의사회 건설이라는 국가목표 자체가 무용지물이 됐다. 2002년 7.1경제관리개선조치 이후 김정일은 공산주의 용어를 삭제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2009년 헌법 개정을 통해 당규약에서 공산주의 용어를 삭제했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북한이 공산주의 용어를 다시 끌어내 사용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보자. 첫째, 김정은의 권력의 정통성 확립에 있다. 즉 세습체제를 지탱하는 복종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세습(계승)체제를 정당화하기 위해 3대 복종(충성)가정을 모델로 내세워 전체 주민의 복종을 정당화 하려는데 있다. 3대를 이어 도시경영부문에서 일하고 있는 신의주시 건물수리공 노동자 최정순(70대 여성)의 가정이 모델로 등장했다. 그녀는 김일성 시대인 1960년대 천리마운동 시기에 부모를 따라 건물수리공으로 일하게 되었고, 그의 어머니는 수원지 취수탑의 배관을 수리하던 현장에서 희생되었다고 한다.
건물 수리공으로 당원이 되고 결혼까지 한 그녀는 자식을 양육하는 과정에서도 모성애가 아니라 당적양심으로 키워 결국, 자식까지 어머니의 직업을 대를 이어 계승했다는 것이 기사의 요지이다. 그동안 북한체제가 당면해 온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계승을 원만히 하고 새로운 권력을 정착시키는 일이었다. 일반적으로 통치권력의 집중화과정에서 발생하는 권위구축의 필요성은 우상화, 신격화, 비범화, 카리스마화라는 통치대상의 숭배에서 비롯된다.
여기서 숭배심은 김정은의 지위를 정당한 것으로 믿게 해주며 그 믿음은 확신으로, 또는 신념으로 전환되어 지배체제를 지탱해주는 원동력이 된다. 반대로 권위의 추락 또는 상실이 발생하는 경우 이는 대중간의 단절을 의미한다. 북한은 김정은의 권위를 축으로 한 지도자와 인민대중의 관계, 김정은과 개인의 관계가 성립될 때 비로소 권력을 독점한 유일지배자로서의 영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물론 권력(제도적)에 의한 지배는 충분히 구축됐기 때문에 안정화된 지배로 볼 수 있겠으나 본질적으로는 항상 마찰과 갈등의 위험요소를 내재하기 때문에 중장기적 지배전략에는 역부족이다.
내면적 연대를 강화하는 것은 권위 관계 구축이다. 가치조작에 의해 만들어진 권위체계는 물론 허구이지만, 일단 한번 만들어지면 권위체계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둘째, ‘공산주의 가정’이라는 용어는 가족을 생산단위로 하는 농업부문에 대한 중앙집권적 원칙을 강화하기 위한 시도로 평가된다. ‘공산주의 가정’은 1960년대 초반에 농촌부문에서 가족단위로 예술경연에 출연한 유시황 일가를 모델로 사용했던 용어이다. 당시 유시황 가족은 농촌에서 자발적으로 밭머리 가족공연을 발기하고 이를 작업반화, 농장에 일반화했다고 한다. 북한이 이러한 모델을 꺼내든 이유는 ‘사회의 세포인 가정’의 역할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최근 북한이 실시하고 있는 ‘림농경영방식’ 등 가족단위의 생산체계와 관련성이 있다. 지난 3월 19일 노동신문에 게재된 ‘집단주의적 경쟁열풍을 세차게 일으켜 더 높이, 더 빨리 비약하자’라는 사설이 보여주듯이 현재 진행형인 나무심기와 농사의 가족별 계획과 성과를 독려하고 그 성과물을 중앙집권제 원칙에 입각해 집단에 귀속시키기 위해서는 가족단위의 희생정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예하면 4월 1일 노동신문에 ‘이런 산림가정들이 있어 조국의 산들에 푸른 숲 우거진다’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산림가정’, ‘애국자가정’이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여기서는 양묘장이나 과수원, 농업성에서 일하는 일군의 가정 등이 한가정의 행복보다 수령과 조국을 먼저 생각할 줄 아는 가정의 모델로 소개되고 있다. 이는 가족단위의 애국심을 고취시켜 새로운 ‘림농복합경영방식’이 가족단위의 자율성을 높여주는 동시에 독자적 소유권을 갖지 못하도록 집단주의 원칙을 강조하는 것이 ‘공산주의 가정’의 의미라고 평가할 수 있다. 70일 전투(2월 23일~5월 2일)의 일환 공산주의 인간, 공산주의 가정의 용어의 다른 의미는 70일전투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북한은 7차당대회를 기점으로 하여 ‘사상과 영도의 유일성, 계승성’을 보장하며 이를 위해 시작한 ‘70일전투는 주체적 혁명역량을 백방으로 강화하고 자강력을 최대한 발동하는 총동원전, 천지개벽의 창조대전’ 조선중앙통신 ‘충정의 70일전투의 중요성과 의의에 관한 사회과학부문 토론회 진행’ 2016년 3월 1일. 이라고 말한다. 즉, 70일전투의 목표는 7차당대회를 김정은의 사상의 위대성, 영도의 위대성, 계승의 정당성을 최대한 높이는데 있다. 여기서 개인과 가정은 집단에 귀속되어 체제의 구속물로 작용한다. ‘70일전투’가 시작된 지 28일 만인 지난 3월 21일에는 공산주의 인간, 공산주의 가정을 강조하기 시작했고 그로부터 일주일 후인 3월 29일 ‘군자리 정신’을 등장시켜 전쟁분위기를 고취시키고 있다.
이는 김정은의 장기집권의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하나의 프로세스이다. 북한은 ‘군자리 혁명정신은 수령의 사상과 권위를 백방으로 옹위하고 수령의 명령을 무조건 끝까지 관철하는 수령결사옹위정신’ ‘오늘의 총공격전에서 1950년대의 군자리정신을 높이 발휘하자’ “노동신문” 2016년 3월 29일. 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7처당대회 준비기간 김정은의 권위와 권력체계를 사상정신적으로 결집하려는 의도이다. ‘7.27’과 ‘군자리정신’ 북한에서 김정은의 등장과 함께 나타난 특징은 ‘정전협정체결일’인 ‘7.27’의 강조다. 2009년부터 평양에는 ‘7.27’번호판이 붙은 선물용 승용차가 등장했고 ‘7.27’담배가 생산되었다.
그리고 현재, ‘7.27행진곡’, ‘우리의 7.27’, ‘영원한 승리의 7.27’ 등 ‘7.27’ 관련 노래가 선전수단으로 만들어졌다. 더욱이 흥미로운 것은 정전협정에 전쟁 당사자인 김일성이 사인을 했는데, ‘7.27’을 상징하는 것은 김정은라는 점이다. 북한 주민들이 인식하는 6.25전쟁은 남한의 북침에 의해 발발되었고 이를 김일성의 영도력에 의해 승리했다고 자부한다. 전범 김일성을 은페하고 오히려 승리의 상징으로 조작한 결과이지만 북한에는 역사적 사실, 일반 상식으로 통용된다.
김정은은 김일성의 승리의 상징에 의존하면서 승리자라는 권위를 구축하려고 한다. 따라서 위로부터는 승리의 상징인 ‘7.27’을 강조하고 밑으로부터는 당시 충성의 상징인 ‘군자리정신’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군자리정신의 핵심은 수령결사옹위정신과 자력자강의 정신으로 현재의 난관을 이겨내면 승리의 7.27이 온다는 희망과 기대감을 심어주려는데 있다. 결국, 군자리정신은 위에서 언급한 공산주의 인간, 공산주의 가정과 함께 7차당대회의 목적을 충족시키기 위한 사상결집의 수단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김정은을 상징하는‘7.27’의 의미다. 이는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려는 김정은의 대미정책이 반영돼 있다. ‘평화협정’과 관련해서는 이글의 취지에 맞게 생략하기로 하고 7차당대회의 소집일정에 대해 살펴보자. 7차당대회의 소집일은 70일전투가 마감되는 5월 2일과 매년 진행되는 국가적 동원인 농촌전투가 시작되는 7일(8일)을 감안하면 5월 3일부터 6일 사이가 가장 가능성이 높은 날자이다. 특히 조국광복회 80주년인 5월 5일 소집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7차당대회를 전후로 전개되는 ‘70일전투’와 ‘농촌지원전투’는 앞으로 북한사회를 전투의 일상화로 만들어 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최경희 한양대 현대한국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