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반도정세

남북관계와 북한정세를 심층 분석합니다.
북한의 공간문헌과 정보를 분석하여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정책방안을 제안합니다.

□서 론

지난 5월 초 평양에서 열린 북한 노동당 7차대회에서 ‘김정은 시대’를 이끌어갈 핵심 간부 진용이 새로 선출됐다. 북한은 이번 당대회를 당의 모든 가치와 기능을 김정은의 ‘영향력 확대’와 ‘권력집중의 통로’로 활성화하는데 주력했다. 또 당이 김정은 1인에 의해서만 컨트럴 가능토록 하고, 2인자가 존재할 수 없는 고도로 집중된 권력구조로 재편했다.

사실상 노동당을 김정은의 ‘사당(私黨)’으로 만드는데 중점을 둔 것이다. 김정은은 당의 최고 수위인 당 위원장, 당중앙군사위원회 위원장, 정치국상무위원 등의 직책을 차지했다. 이번 당대회 인사의 특징은 김영남·김기남·최태복·양형섭 등 고령의 원로 간부들을 유임시키고 젊은 간부들의 고위층 진출이 눈에 띄지 않는 등 큰 폭의 세대교체는 없었던 점이다.

반면 이번 당대회에서 당 중앙위원회 위원ㆍ후보위원을 선출하면서 절반이 넘는 54.9%를 새로운 인물로 교체했는데, 이는 기성세대 권력층을 ‘혁명의 선배를 존중하자’라는 명분으로 유임시키는 한편 젊은 세대의 고위직 진출 가능성은 열어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김정은을 향한 젊은 충성집단의 규모를 확장한 것이다. □집권 5년 차 들어선 김정은, 원로들 내세워 체제 안정 도모. 이번 당7차대회에는 36년 전 6차당대회 때 등장 했던 원로 간부들 여러명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김영남(88)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기남(87) 당 선전비서, 박봉주(77) 내각 총리, 양형섭(91)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 등은 36년 전 김일성·김정일 앞에서 '충성 맹세'를 했던 원로들이다. 이번에 당 핵심부에 진입한 최룡해·황병서·김영철 당 부위원장, 박영식 인민무력부장,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 최부일 인민보안부장 등도 기존 측근들이다.

특히 김정일 시대 군부 측근 ’3인방’ 중 한 명이던 리명수 군 총참모장은 이번 당대회서 정치국에 진입했다. 김정은 집권 이후 군 총참모장들이 당 정치국 후보위원이었던 점으로 미루어 볼 때 군 원로에 대한 특별대우로 보여진다. 김정은은 최근 현철해와 김영춘 등 김정일 시대의 군부 원로들에 원수칭호를 수여하고, ‘빨치산' 출신 원로들에게 생일상을 차려주는 등 ‘원로 우대 정치’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해에는 김정일과의 권력투쟁에서 밀려나 해외를 떠도는 이복 삼촌 김평일을 평양에 불러 들이는 등 아버지 시대 원로 끌어안기에 나섰다. 이는 김정일이 김일성 사후 원로 우대 정책으로 정권 안정을 이뤘던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김정일은 1994년 김일성 사망 이후 삼촌이자 라이벌이던 김영주 전 부주석을 복권시켰다. 1995년 12월 ‘혁명선배를 존대하는 것은 혁명가들의 숭고한 도덕 의리이다'라는 논문을 발표하는 등 원로 우대 정책을 폈다. 이번 당대회서 김영남 등 원로들을 유임시킨 것은 혁명선배들에 대한 예우차원으로 노·장·청’의 조화를 추구한 것으로 분석된다. 즉 김영남 등 원로들에게 일종의 ‘명예직’으로 상징적인 역할을 맡기고 젊은 간부들을 실전에 배치해 체제 안정과 쇄신을 절충한 것이다. 이는 기성세대를 한꺼번에 몰아낼 경우 세대 간 갈등으로 세습권력체제에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때문 인것으로 해석된다. 김정은 집권 이후 세대교체로 밀려난 기존의 노 간부들 속에서 “젊은 당 간부들이 '점령군처럼 휘젓고 다닌다'는 불만이 나오는 등 신구 세대 간 갈등이 표면화 됐기 때문이다.

□리용무·오극렬 등 군부 원로들 2선으로 물러나고 군부의 영향력 축소/

당중앙군사위 축소의 의미 이번 당 대회에서 리용무·오극렬 국방위 부위원장 등 군부의 老 간부들이 각각 당 정치국 위원과 후보위원에서 제외 되는 등 군부 인사들의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의 국방장관에 해당하는 인민무력부장과 합참의장에 해당하는 군 총참모장은 노동당의 핵심 정책결정 기구인 정치국 상무위원회에 진입하지 못했다. 인민무력부장과 총참모장은 지난 5월 사망한 강석주 전 노동당 국제비서 장례위원 명단에서도 서열이 크게 밀렸다.

또 군사분야의 모든 사업을 총괄하는 당중앙군사위원회에 김락겸 전략군사령관, 리용주 해군사령관, 최영호 항공 및 반항공군사령관, 윤정린 호위사령관, 김영복 특수11군단장 , 김춘삼 총참모부 제1부총모장 등 군종 및 병종 사령관들이 제외됐다. 김정은이 후계자로 공식 등장한 2010년 9월 노동당 3차대표자회의에서 부여 받았던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직책도 이번에 폐지됐다. 당중앙군사위원회는 1980년 6차당대회서 19명으로 구성, 김일성, 오진우, 김정일, 최현, 오백룡, 전문섭, 오극렬, 백학림, 김철만, 김강한, 태병렬, 리을설, 주도일, 리두익, 조명록, 김일철, 최상욱, 리봉원, 오룡방 등 빨치산 원로들과 군부 핵심 실세들이 대거 포함됐었다.

1994년 7월 김일성 사망 이후 당중앙군사위원들의 사망, 퇴임 등으로 인원이 계속 줄어들었으나 곧바로 충원이 이뤄지지 않아, 2010년 8월 6명으로 축소됐다. 2010년 9월 28일 열린 당 3차대표자회의에서 김정일, 김정은, 리영호, 김영춘, 김정각, 김명국, 김경옥, 김원홍, 정명도, 리병철, 최부일, 김영철, 윤정린, 주규창, 최상려, 최경성, 우동측, 최룡해, 장성택 등 19명으로 다시 인원이 증가하고 6차당대회 때처럼 군부 실세 대부분이 포함됐다. 그러나 올해 5월 열린 당 7차대회에서 인원이 17명에서 12명으로 축소되고 군종·병종 사령관 대부분이 배제됐다. 이는 김정일 시대의 유산인 선군정치에서 탈피해 김정은 중심의 선당정치를 펼치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또 군부에 대한 김정은의 장악력을 높이고, 선군정치 시대 특권화 되어 있던 군부의 영향력을 축소해 당으로 이관하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이번 군부인사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내각총리 박봉주의 정치국 상임위와 군사위원회 진입이다. 이는 상징성의 측면에서 경제-핵 병진노선을 합리화, 현실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또 핵을 이용한 에너지문제 해결과 경제의 ‘선행부문, 기초공업부문의 정상화’를 의미한다. 즉 ‘내각책임제’의 요구대로 ‘경제발전 5개년전략’을 수행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예산 배분의 측면에서 군사비 축소 및 지식경제 부문에 대한 예산을 확대한 의미도 있다.

또 수소폭탄으로 대표되는 핵 보유국의 지위를 제고하고 국가관리체계를 국방관리체계에서 경제관리체계로의 변환을 의미한다. 즉 강력한 핵으로 경제적 토대를 마련했으니 핵개발 비용을 절감하고 경제에 투자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데 있다. 하지만 사실상 당중앙군사위 기능은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것은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비롯한 최첨단 군사장비와 과학기술분야가 교집합 관계에 있어 ‘선택과 집중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당 대회 통해 젊은 세대의 권력 진출 가능성 열어 두어 이번 당대회서 눈에 띄는 고위층의 세대교체는 없었지만 정치국 위원 수를 12명에서 19명으로 늘리고 정치국 후보위원도 7명에서 9명으로 늘리는 방법으로 젊은 간부들의 고위직 진출 가능성을 열어놨다.

현재 고령인 김영남(88)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기남(87) 당 선전비서, 박봉주(77) 내각 총리, 양형섭(91)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 등의 유고에 대비해 젊은 간부들을 미리 배치한 것이다. 북한이 이번 당 대회 참가자 선발에 있어 나이 제한을 두고 2012년 만 60세 이상 남성당원과 만 55세 이상 여성당원에 ‘명예당원증’을 준 것도 청년세대의 정계진출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번 당대회서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은 당중앙위원회 위원에 이름을 올렸다. 김정은이 노동당 위원장에 오르고 20대의 김여정이 당중앙위원에 선임된 것은 북한 신세대 간부들의 본격적인 등장을 의미 한다. 김정은 정권의 새로운 실세로 떠오른 조용원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도 당중앙위원회 위원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당대회 대표자 가운데 청년대표 수도 증가했다. 이번 당대회 대표는 모두 3467명인데 이는 36년 전 6차당대회 대표자 3220명에 비해 200여명 증가한 숫자다. 인구 1000명당 1명의 대표자를 뽑는 기준으로 볼 때 청년당원의 수가 20만 여명 증가한 것이다. 김정은은 집권 초기부터 '청년 강국'을 기치로 30대의 젊은 지도자에게 맞는 젊고 새로운 인물들을 주요 보직에 앉히며 세대교체 작업에 나섰다. 시·군 당 책임비서들과 조직비서 등이 40대로 바뀌고 내각과 성, 중앙기관의 국장급 간부들도 대부분 40대로 바뀌었다. 군부에서도 40대 소장과 중장이 나오는 등 젊은 간부들이 실전에 배치됐다.

내각의 경우 부총리 6명 가운데 절반이 50대로 세대교체의 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연구원이 지난달 김정은 집권 첫해인 2012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의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기사 중 615건을 토대로 주요 인물들의 특징을 분석한 결과 당의 젊은 인재 활용 빈도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북한이 당대회 개최를 선언했던 지난해 10월 31일부터 지난달 22일까지 노동신문에 당대회 관련 기사 1554건을 분석한 결과 '청년'이라는 단어를 압도적으로 많이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은이 이렇게 젊은세대에 공을 들이는 것은 이들이 자신과 함께 새 시대를 이끌어나갈 주력이며 체제 수호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새세대는 병력자원의 근간이며 고속도로, 철도, 교량, 발전소 등 기간 시설물 건설에 필요한 노동력의 주요한 원천이다. 특히 당중앙위원회 위원‧후보위원 가운데 54.9%가 새로운 인물로 채워진 상황을 볼 때, 향후 젊은 간부들의 중앙 권력 진출 가능성이 높아졌다. □ 결 론 이번 제7차 당대회를 통해 김정은 시대의 인적 진용과 조직 진용이 갖추어질 것으로 예측되었다. 김정은 집권 이후 과도한 우상화와 고위직 간부 숙청, 과감한 도발 행태 등이 지속되면서 권력 공고화 작업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김정은이 올해 당7차대회를 개최한 것은 김정은 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업적을 만듦으로써 5년 후의 제8차당 대회를 기대하게 만들려는데 있다.

북한의 통치방식을 분석할 때 간과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 바로 미래에 대한 기대감, 또는 확신이다. 오늘은 어렵지만 내일을 위해 참고 힘내자는 선동에 순응하는 것을 애국심이라 여기는 북한의 인식은 ‘김정일 애국주의’로 반영된 바 있다. 김정은은 지난 2015년 당창건 70주년 이후에 제7차당대회를 소집하겠다고 발표하였고, 이후 12월초 수소폭탄 발언, 2016년 1월 4차 핵실험, 2월 위성(미사일)발사 등 일련의 중대 사건들을 일으키며 업적 만들기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이는 업적의 축적 이외에 대외적인 무력 과시를 통해 내부적으로 김정은 통치 하에서의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효과를 노린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김정은 정권은 안정화는 그리 공고화 단계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70일 전투’에 이어 ‘200일 전투’에 돌입한 것도 주민동원으로 흔들리는 민심을 가라 앉히고 내부기강을 바로잡겠다는 의도다. 김정은 등장 이후 권력교체와 숙청이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은 권력엔트로피 증가를 반영하고 김정은의 통치력에 누수현상이 발생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며, 김정은의 권위(위대성)가 제대로 구축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북한 ‘수령권력’체제의 속성상 권력(영도적 역할)은 메커니즘에 의해 세습(상속)될 수 있으나 권위(위대성)는 세습될 수 없으며, 권위는 복종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아직 김정은의 영향력은 미흡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험에 의하면 대중이 반복되는 학습효과(교육, 문화, 경제발전 등)를 통해 통치자의 권위에 스스로 복종할 때 지배력이 안정된다고 인식하기 때문에, 당장은 김정은이 공포를 자극하고 폭력수단을 동원해 대중을 움직인다 하더라도 장기적인 측면에서 지배력 유지에 한계가 드러날 것이 자명하다. (최경희 한양대 현대한국연구소 연구위원)

SITEM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