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의 대북제재가 북한의 외화벌이 차단에 초점을 맞춘 가운데 미술작품으로 해외서 연간 수천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북한의 만수대창작사가 주목 받고 있다. 만수대창작사는 아프리카 등 세계 여러 나라들에 동상, 기념비, 건축물 등 선정용 미술품을 수출해 거액의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 평양시 평천구역 정평동에 위치한 만수대 창작사는 1959년11월17일 설립됐다. 노동당 선전선동부 소속으로 평양미술대학을 졸업한 20대 ~60대 화가와 창작가 1000여명을 포함해 4000여명의 종업원이 있다. 북한 전역에 김일성·김정일 동상과 모자이크 벽화, 유화 등 김씨왕조 우상화 선전물을 만드는 일을 주로 한다. 왕재산기념비와 삼지연기념비, 우리의 국립묘지에 해당하는 대성산혁명열사릉, 주체사상탑과 개선문, 조국통일3대헌장기념탑 등 상징성이 큰 작품들도 만수대창작사의 작품들이다. 만수대 창작사 앞 마당에는 우상화 창작의 본산 답게 김일성·김정일의 기마 동상이 세워져 있고, 김일성·김정일·김정숙의 대형 유화판이 건물 벽에 걸려 있다. 만수대창작사는 최근 김씨 일가 우상화 선전물 제작 기술을 이용해 외화벌이 사업에 나섰다. 아프리카 나라들에 대형 동상 등 조형물을 지어주고,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옆에 ‘앙코르 파노라마 박물관’을 건설해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
◇만수대창작사의 주 고객은 아프리카 국가들, 북한 우상화 조형물에 매력 느껴◇
만수대 창작사의 주요 고객은 아프리카 국가들이다. 북한의 조형물에 매력을 느낀 아프리카 국가들의 주문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만수대창작사가 아프리카 국가들을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이유로 오랜 외교 관계 때문이다. 북한과 아프리카 국가들은 김일성이 아프리카 외교를 중시한 덕분에 1970년대부터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아프리카에서 근무했던 전직 북한 외교관은 “김일성이 70년대부터 3세계 혁명을 지도한다며 아프리카 국가들에 군사,경제적 지원을 많이 했다”고 했다. 김일성은 남북 간의 외교 경쟁이 극에 달했던 1970년대 중반 아프리카 신생 독립국가들의 마음을 사로 잡기 위해 에티오피아에 기념비를 선물로 세워주었다.
그러나 김정일이 1980년대부터 돈을 받도록 지시하면서 만수대창작사는 산하에 해외사업부를 신설하고 본격적인 외화벌이 사업에 나선다. 만수대 해외사업부는 주로 아프리카나 후진국에 조형물과 건물을 지었다. 보츠와나의 '세명의 족장 조형물', 나미비아의 '국립영웅묘지'와 '대통령관저', 앙골라 수도 루안다에 있는 '아고스티노 네토 대통령 동상' 등이 이들의 작품이다. 만수대창작사의 해외 수출품 중 대표작은 2010년 아프리카 세네갈의 수도 다카르에 세운 ‘아프리카 르네상스 기념상’이다. 세네갈 독립 50주년을 기념해 압둘라예 와데 전 세네갈 대통령의 지시로 만들어진 이 청동상은 제작 당시 2700만 달러(약 300억 원)이라는 막대한 제작비가 들었고 관리비로만 연간 1~2만 달러가 추가로 나간다고 한다. 이 탑은 50m로 미국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보다 높다. 북한은 200여명의 기술자를 세네갈에 파견해 탑 제작을 진행했다.
북한은 2014년 짐바브웨의 독재자인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의 동상을 제작해주는 대가로 500만달러(약 54억원)를 번 것으로 알려졌다. 짐바브웨 매체들에 따르면 인용해 북한 만수대 창작사는 무가베 대통령의 90세 생일을 기념해 동상 2개를 제작하기로 짐바브웨와 계약, 동상 제작비는 10m짜리 대형은 350만달러, 그보다 작은 것은 150만달러로 알려졌다. 두개의 대형 동상은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에 세우게 되는데 로버트 무가베(92) 대통령의 사후 기념물로 쓰일 예정이다. 나미비아 수도 빈트후크 외곽에 있는 나미비아 초대 대통령 샘 누조마의 얼굴과 닮게 만든 11미터 높이의 무명용사 청동상도 만수대창작사의 작품이다. 앙골라 수도 루안다에서 비행기로 1시간 안팎 거리에 있는 카빈다·후암보 지역에도 만수대창작사가 지은 평화기념비와 공원이 있다. 이밖에도 베넹ㆍ에티오피아 등도 만수대에 조형물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아프리카에서 대형 조형물 공사 수주를 따낸 이유는 우선 싼 인건비 때문이다. 보통 해외 조형물 건축사업에는 비밀 유지를 위해 공사를 낙찰받은 나라의 인부들이 투입 되는데 북한 노동자들은 편의를 위한 특별한 시설을 요구하지도 않고, 인건비도 싸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높다고 한다. 세네갈 조형물도 북한의 인부 200여명이 만들었다. 북한의 조형 건축물에 대한 아프리카인들의 선호도가 높은 것도 만수대창작사가 아프리카에서 외화를 버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부족 사회에 기반을 둔 아프리카 신생국의 경우 아직도 전체주의적인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이곳의 지도자들은 모든 것이 통제되고 질서정연하게 정리된 평양의 조형물에 매력을 느낀다는 것이다.
북한의 거대한 탑과 동상들이 아프리카의 권위주의 정권들이 원하는 정치적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한 기념물과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아프리카만의 독자적인 문화를 보여주는 데는 실패했다는 비난도 있다. 콩고에 건립된 초대 총리 루뭄바의 동상 팔을 쭉 뻗은 모양과 불룩 나온 배가 김일성-김정일의 동상을 연상케 한다는 지적이 있다. 에티오피아의 혁명승리탑은 뾰족한 석탑의 형태가 평양의 주체사상탑을, 나미비아의 열사릉은 평양의 혁명 열사릉을 판박이처럼 빼닮았다는 지적도 있다. 역사가 에이드리언 티니스우드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아프리카 동상이지만 인물의 얼굴은 북한 사람 같다. 이런 동상들은 겉으로는 독립 국가의 자유를 표방하지만 결국 자신감이 없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프리카의 정신을 더 잘 대변할 아프리카 예술가와 조각가들은 어디 있단 말인가?”라고 개탄했다. 세네갈을 비롯한 아프리카의 주문 국가 내부에서는 “사회주의 리얼리즘 양식이 아프리카 전통과 맞지 않다”, “지도자가 자기 홍보용 조각상에 국가 예산을 낭비한다”는 비판도 나온다고 한다. 한편 북한은 아프리카에 의사들을 파견해 외화벌이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리카의 앙골라에만 180여명의 북한 의사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모잠비크와 콩고, 리비아 등에도 북한 의사가 파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의사들은 현지인들에게 한의술(韓醫術)도 선보인다. 앙골라에 있는 약국의 경우 침 치료는 첫날 80달러, 다음 날부터 40달러를 받는다고 한다.
◇앙코르와트에 역사파노라마 박물관 세워 돈벌이/독일 등 유럽에도 진출◇
만수대창작사는 지난해 말 캄보디아의 세계적 유적지 앙코르와트 인근에 ‘앙코르 파노라마 박물관’을 개관했다. 박물관의 개념과 설계는 물론, 자본도 만수대 창작사가 댔다. 재일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에 따르면 북한은 박물관 공사비 1000만 달러(120억원)를 투입했다. 박물관 부지는 6000여㎡, 건물 연면적은 5000여㎡, 건물 높이는 34m다. 공사는 2011년 시작돼 지난해 12월 초 개관했다. 박물관 곳곳에는 앙코르와트를 소개하는 멀티스크린이 설치돼 있고, 앙코르와트의 건설 과정을 보여주는 200여 석의 3D 입체 영화관도 갖추고 있다.
12세기 앙코르 왕조의 역사를 묘사한 초대형 원형 파노라마 그림엔 무려 4만5000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만수대 창작사 소속 예술가 63명이 캄보디아로 날아와 4개월 동안 머물며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만수대 창작사로서는 세계 최고 유적지 중 한 곳에 세워진 박물관에서 나오는 외화를 벌 수 있게 됐다. 앙코르유적을 찾는 관광객은 2000년 40만 명에서 지난해 250만 명 이상으로 5배 이상 늘었다. 앙코르 박물관 원형 파노라마 섹션의 외국인 관광객 입장료는 15달러(1만8000원) 수준이다. 북한은 앞으로 10년 간 입장료 수익으로 투자금을 회수한 후 캄보디아 정부에 기증한다.
북한이 이렇게 벌어들인 외화는 김정은 일가의 통치자금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국제인권단체들의 항의에 직면했다. 프놈펜포스트에 따르면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와치(HRW)는 “앙코르와트를 북한과 같은 인권 탄압국과 연계시킴으로써 캄보디아는 역사적 유산을 더럽히고 있다”며 “관광객들은 박물관에 가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 북한의 제4차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 강행에 따른 유엔의 대북제재로 한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면서 수입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앙코르와트를 찾은 한국인은 40만 명으로 중국인에 이어 가장 많이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수대창작사는 2005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동화분수’를 복원해 주목을 받았다. 프랑크푸르트시에는 1910년 아르데코 스타일로 만들어진 대형 청동 분수대가 있었는데 나체의 여인이 인자한 표정으로 아기 천사들을 내려다보고 파충류와 어류들이 밑에서 물을 뿜어내는 모습으로, 일명 ‘동화 분수대’라 불린다. 그러나 시의 명물이었던 이 분수대는 2차대전 와중에 파괴됐다. 프랑크루프트시는 분수대 재건을 맡길 예술가들을 물색한 끝에 만수대창작사를 찾아냈다고 한다. 설계도가 유실되고 옛 사진만 남아 있는 분수대를 정교하게 복원하기 위해 뛰어난 사실주의적 테크닉이 필요했지만 독일을 포함해 서방세계에선 더 이상 사실주의 작품을 만들지 않기 때문에 만수대창작사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만수대창작사에서 완성된 청동 분수대는 중국을 거쳐 함부르크로 이송됐고, 다시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했다. 북한은 이 분수대를 복원한 대가로 20만유로(약 3억원)를 벌었다. 이밖에도 만수대창작사는 이탈리아 사업가를 통해 인터넷을 이용한 작품 판매와 전시를 위한 대여 사업도 하고 있다. 피에르 루이지 체치오니라는 한 이탈리아 사업가가 운영중인 사이트를 통해 작품 거래를 하고 있다. 모든 거래는 북한 당국이나 만수대창작사가 아니라 이탈리아 회사를 통해 이뤄지며 작품 역시 이탈리아 현지에서 배송된다. 북한이 이렇게 벌어들인 돈은 연간 1500만~2500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10년 간 1억 60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는 추정도 있다.
해외에 파견된 만수대창작사의 예술가들은 기숙사에 함께 살면서 감시받는 생활을 해야 하지만 외화를 벌 수 있기 때문에, 뇌물을 주면서까지 해외에 나가려 한다. 하지만 김정은 정권 들어 외화상납 압박이 거세지면서 탈북하는 사례도 있다. 최근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조각품과 회화작품 의뢰를 받아오고 만수대창작사 작품을 해외로 반출하는 일을 담당했던 만수대창작사 소속 무역일꾼과 보위부 요원 등 2명이 가족과 함께 탈북했다. 제때 외화를 상납하지 못해 본국으로 돌아가면 처벌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라고 한다. 핵보유를 고집하는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혐오감이 증대 되고 대북제재가 지속된다면 만수대창작사의 외화벌이 사업에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통일비전연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