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3월 8일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관련된 독자적 대북제재조치를 발표하면서 우리 국민, 재외 동포의 해외 북한식당에 대한 이용 자제를 촉구했다. 앞서 외교부와 문화관광부 역시 비슷한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정부는 2010년 천안함 폭침, 2012년 북한 로켓 발사 때도 교민과 주재원에게 북한 식당 출입 자제를 권고한바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번 조치를 과거보다 수위를 높인 관광객 출입 금지령으로 보고 있다.
대북제재 국면 때마다 우리 정부가 해외 북한식당을 언급하는 이유는 북한 통치자금의 주요 경로 중 하나기 때문이다. 더욱이 김정은 시대 들어 이러한 북한의 해외식당 수는 증가 추세에 있다. 현재 해외 북한 식당은 12개국에 130여개가 운영된다. 여기서 나오는 연간 수익이 1000만 ~ 1억달러 정도인 것으로 추정된다. 해외의 북한식당은 비싼 음식 값에도 불구하고 북한사람을 만나 직접 우리말로 이야기를 나누고 공연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이때문에 정부는 “(북한의)해외식당 등 영리시설은 북한의 외화수입 경로 가운데 하나”라며 “북한 식당 등 시설에 대한 (한국인의)이용이 감소할 경우 북한의 외화수입을 상당부분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며 자제를 촉구하고 있다.
◇해외 북한식당 평양의 기생문화에서 유래 ? 고난의 행군시기 돈줄 막힌 김정일 “돈 안들이고 돈 벌수 있는 것이 여성들의 웃음과 노래”
해외 북한식당의 주특기는 젊은 여성들의 노래와 춤이 섞인 공연이다. 북한이 해외에 여성들을 내보내 웃음과 노래를 팔아 돈을 벌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으로 국가경제가 붕괴 되고 김정일의 통치자금마저 고갈되던 시기였다. 위기에 빠진 북한정권은 무기수출과 마약밀매에 이어 해외식당 운영으로 외화를 벌었다. 노동당 39호실 출신의 탈북자 A씨는 “당시 김정일이 돈 들이지 않고 외화를 벌 수 있는 것이 여성들의 웃음과 노래라며 해외식당에 여성들을 내보내 외화를 벌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했다. A씨는 “북한 고위층에서는 해외 북한식당 여성들을 현대판 평양기생으로 부른다”면서 “돈줄이 막힌 김정일이 수백년 전 평양 기생을 부활시켜 외화벌이에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20여년간 북한을 드나들며 대북지원활동을 해온 남한의 NGO단체 관계자 B씨는 “북한에 처음들어 갔을 때 가난해도 순수한 민족성은 살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가는 곳마다 식당에서 여성들이 가야금 치며 노래하는 모습을 보고 평양의 기생문화가 그대로 남아 있구나 하고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박찬승 한양대 사학과 교수는 ‘평양기생’관련 논문에서 “평양은 조선시대는 물론 일제시대 기생의 도시였다”면서 “그래서 평양을 색향으로 불렀고, 평양기생의 사내 후리기를 으뜸으로 꼽았다”고 밝혔다.
◇선발기준은 인물이 뛰어나고,예능에도 능한 20대 초반의 여성
북한에서 해외식당 여종업원 선발 기준은 1990년대에는 중견간부의 자녀 또는 친인척 중 중국어 등에 능통한 20대의 여성을 선발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해외식당 증가로 여성인력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게 되자 신분에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외모나 체형, 예술적 재능 등을 기준으로 뽑았다. 최근에는 뇌물을 받고 외모가 조금 딸리는 여성은 성형수술을 통해 선발하고 있다.
여성종업원은 노동당 등 권력기관에 소속된 식당 사장이 평양시 여기저기를 다니며 직접 선발한다. 해외 북한식당에서 근무했던 탈북자 C씨는 “사장들은 누가 이쁘다더라 하면 직접 찾아가 면접을 보고 캐스팅 한다”면서 “사장의 마음에 들면 나이가 어리거나 예능실력이 부족해도 선발된다”고 했다. C씨는 “원래 평양금성학원 출신들은 원칙적으로 해외식당 종업원으로 나가지 못하게 됐지만 선발 재량권을 가진 사장들이 상급기관에 식당영업에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강력하게 설득하면 대부분 허락된다”고 했다. 최근에는 평양 장철구상업대학 졸업생을 많이 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발된 여성들은 일반적으로 2개월~6개월 가량 국가안전보위부(보위부) 해외지도팀이 주도하는 합숙교육을 받는다. 여기서 현지 요해 및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복무 필수교육을 받는다고 한다. 복무교육 외에도 식당 손님 동태를 파악하고 대화를 엿듣는 방법, 탈북자 등 수상한 자들을 가려내는 방법 등에 대한 교육을 받는다. C씨는 “교육기간에 전쟁기념관 등을 견학하며 정치사상교육을 받는다”면서 “해외에서 탈북한 사람들의 소지품을 보여주면서 ‘조국을 버리고 도망간 자들이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는 교육도 받는다”고 했다. 그는 “이런 교육 때문에 처음 1년은 두려움 때문에 한국손님이 오면 말도 못하고 경계한다”며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한국사람도 다 우리와 같은 사람이구나 편안하게 느낀다”고 했다.
◇식당 마다 연간 30만달러 충성자금 바쳐- 전체 해외식당 연간 수익 1000만~1억달러
우리정부는 해외 북한 식당이 12개국에 130개 안팎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중 중국이 90~100개로 가장 많다. 베이징(北京), 선양(瀋陽)등 중국 대도시의 경우 한 곳에 많게는 예닐곱 개가 넘는 북한식당이 성업 중이기도 하다. 이밖에 캄보디아·베트남·몽골을 비롯한 아시아에 주로 있고 러시아와 아랍에미리트 등에도 나가 있다.
2013년만 해도 100개가 조금 넘던 게 김정은 시대 들어 여러 기관이 외화 벌이 경쟁을 하면서 늘었다고 한다. 북한은 2012년 1월, 서방국가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도 ‘해당화’라는 식당을 개업했다. 네덜란드의 한 사업가와의 동업 형태였지만 여종업원들과 요리사는 북한이 직접 파견하는 형태였다. 개업 당시 세련된 홈페이지까지 구축하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해외 북한식당의 운영주체는 노동당 조직부·선전부·39호실·당 재정경리부, 국가안전보위부·정찰총국 등 공작기관, 내각의 체육성·상업성·인민무력부·평양시 인민위원회·대외봉사총국 등 다양하다. 식당 한 곳이 벌어 평양으로 보내는 '충성 자금'은 적어도 한 해 30만달러라고 한다. 전체로는 적게는 1000만 달러에서 많게는 1억달러로 추산된다. 이 소득은 고스란히 북한 김정은의 통치자금 사금고인 노동당 39호실에 흘러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상 올리기 경쟁에 손님에 바가지 요금 씌우고, 팁은 의무적 상납
북한당국은 벌이가 신통찮은 해외식당은 철수시키기 때문에 매상 올리기 경쟁이 치열하다. 우리 교민 소식지에 광고를 내고 호객행위도 한다. C씨는 “지배인이 냉면 하나 먹으러 온 손님에게 비싼 세트메뉴나 코스요리를 시키도록 유도하고, 10위안짜리 맥주 한병 마시겠다는 손님에게 몇백위안 짜리 들쭉술을 팔라고 요구한다”면서 “매상이 낮으면 저녁 총화때 비판 받고 인센티브도 못 받는다”고 했다.
그는 “한 병에 몇백위안에 파는 '들쭉술'의 원가는 5달러 안팎”이라며 “수십배의 '바가지’요금을 들씌우는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외화벌이를 위해 종업원들이 받는 팁도 식당에 바치도록 요구하고 있다. 팁의 경우 본인에게 일부 인센티브를 제공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받는다. 단골 손님들의 경우 팁을 몰래 여성종업원의 손에 쥐어주기도 한다. C씨는 “300위안의 팁을 받았다면 전부 바쳐야 하지만 100위안만 식당에 바치고 100위안은 보위지도원에게 나머진 본인이 갖는다”면서 “만약 몰래 받은 팁을 혼자서 다 가졌다가 들키게 되면 처벌을 받게 되고 심할 경우 북송된다”고 했다.
매상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여성종업원들의 딱딱하던 서비스 태도도 부드러워졌다. 공연 중간에 손님들이 흥에 겨워 무대에 올라가 종업원들에게 춤을 신청하면 함께 춤을 추기도 한다. 100위안을 내면 악단 연주에 맞춘 ‘나만의 무대’를 마련해주고 북한여성이 건네주는 꽃다발을 받으며 노래도 할 수 있다. 여종업들의 기예공연 후 사진 촬영과 공연자에게 축하 꽃다발을 건네는 퍼포먼스에도 팁을 요구한다. 또 해외 북한식당은 외화벌이를 위해 음식과 여성들의 공연 외에도 다양한 상품을 진열해 놓고 판매한다.
북한판 정력제는 물론 북한에서 가져온 골동품 등 문화재와 만수대창작사에서 그린 그림과 조각품 등을 전시하고 외국인들에게 비싼 값에 팔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 건설근로자로 근무했던 탈북자 D씨는 “말레이시아 북한 식당에서는 지배인과 보위지도원이 여성종업원들에게 성매매를 시키고 뒷돈을 챙겼다”면서 “북한당국이 요구하는 상납액을 맞추기 위해 불법행위도 가리지 않는다”고 했다.
◇남한사람 대상으로 정보 수집 역할 하기도
현재 북한은 해외식당을 ‘외화벌이를 통한 통치자금 마련’과 ‘대남 정보 수집 창구’ 라는 두 가지 용도로 이용하고 있다. 해외 북한식당들은 식당에 출입하는 한국인 상사원, 주재원, 관광객으로부터 대남 정보를 조직적으로 수집하여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방위원회 산하 국가안전보위부와 정찰총국, 노동당 산하 225국(옛 대외연락부)과 통일전선부 등이 해외 북한 식당을 운영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한다. 여성 봉사원들은 매일 아침 식당 영업 전에 열리는 복무회의에 참석한다.
이 자리에서 사상 교육과 업무지시를 받는다. 식당 영업이 끝나면 복무 보고를 하는데, 여성 봉사원들은 그날 어떤 손님이 무슨 말을 했는지를 다 써서 보고서 형태로 제출한다고 한다. 2011년 네팔 세무당국이 세금포탈혐의로 북한음식점중 하나인 ‘옥류관’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한국인의 동향을 네팔 주재 북한대사관에 정기적으로 보고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네팔 세무당국이 압수한 옥류관의 업무용 컴퓨터에는 국내 유명 산악인을 비롯해 한국손님들이 방문한 날짜와 이들이 나눈 대화내용이 상세히 기록돼 있었다.
해외 북한 식당 내부 곳곳에는 CCTV가 설치돼 있어 손님이 누군지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또 한국 손님이 남긴 명함에 적혀 있는 이메일 주소 등은 북한 해커 조직에 넘겨져 사이버 테러 수단으로 쓰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소식통은 “북한이 해외 북한식당에 다녀간 한국인들의 명함을 수집해 이메일이나 전화번호 등을 통해 해킹을 한다”고 했다. C씨는 “보위지도원은 종업원들에게 한국손님이 오면 합석 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며 “보위지도원이 한국인들과 술을 마시며 직접 정보를 수집했다”고 밝혔다. 캄보디아 정부는 2014년 4월 수도 프놈펜에서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던 북한 해커 조직을 검거하기도 했다.
캄보디아 내 북한 해커들은 한국인들을 상대로 한 인터넷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금융정보를 빼내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르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탈북자는 미국의 보수 성향 온라인 매체인 워싱턴프리비컨(WFB)에 “북한군 정찰총국이 중국 베이징에 있는 북한 레스토랑을 자금 공급처로 사용하고 있다”며 “북한은 중국 베이징에 식당 11곳이 있고 상하이와 북한과 근접한 단둥에서도 6곳씩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3인1조로 상호 감시-합숙문 잠그고 밖에도 못 나가
해외 북한식당 여성들은 북한에 있을 때보단 낫다고 하지만 근무여건은 열악하다. 2~3년 동안 고향에 가는 건 엄두도 못내고 공연과 서비스·청소 등 1인3~4역도 해야 한다. 밤 10시에 영업을 마친 뒤 청소와 총화 등 마무리를 하고나면 12시에 귀가한다. 이튿날에도 오전 9~10시께 출근해 영업준비를 한다. 이들은 합숙생활을 하며 밖에 나갈 때도 조를 지어 가는 등 통제된 단체생활을 하고 있다.
C씨는 “1개월에 한번씩 보안원이나 지배인의 허락을 받고 외출을 하는데 상호감시가 가능하도록 3인1조, 4인1조로 내보낸다”면서 “밖에 나가서도 서로 감시한다”고 했다. 합숙에서도 4인 1실로 단체생활을 하고 있으며 일 끝나고 들어오면 밖에서 문을 잠그고 못 나가게 한다. 핸드폰 사용도 불가능하다. 종업원들이 일을 나간 후 보위지도원이나 지배인이 숙소에 들어가 몰래 숨긴 돈이 있는지, 이상한 물건이 있는지 여성종업원들의 짐 검사를 하기도 한다. 여종업원들은 언제 자기 짐을 수색당할지 모르기 때문에 숙소에 돈이나 물건을 따로 숨길 수가 없다.
해외체류 기간이 끝나 귀국할 때도 북한 세관에서 철저한 검색을 받기 때문에 북한여성들은 외교관들이나 태권도 사범들에게 수수료를 주고 몰래 번 돈을 가져간다. 북한식당 여성종업원들은 해외에서 3년 안팎씩 근무한다. 아무리 출신 성분이 좋은 사람을 뽑았다고 해도 개방 사회에 나오면 마음이 흔들리기 마련이다. 중국 칭다오에선 종업원들이 식당과 숙소를 벗어나는 바람에 몇 달씩 휴업한 일도 있었다. 네팔 옥류관 책임자가 북한에 보낼 달러를 갖고 인도로 망명하기도 했다. C씨는 “3년간 해외에서 일하다 보니 20여년간 받은 세뇌교육이 거짓임을 깨달았다”며 “자유를 위해 탈북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통일비전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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