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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정세

남북관계와 북한정세를 심층 분석합니다.
북한의 공간문헌과 정보를 분석하여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정책방안을 제안합니다.

 

남북 보건의료 협력 및 통합 방향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softpower@sejong.org
 
지난 3월 말 박근혜 대통령은 독일 드레스덴에서 대북 3대 제안을 하며 첫 번째로 남북한 주민들의 인도적 문제 해결을 강조했다. 북한에 대해서는 이산가족상봉 정례화를 요구하면서 한국 정부가 UN과 함께 임신부터 2세까지 북한의 산모와 유아에게 영양과 보건을 지원하는 모자패키지(1,000days) 사업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박 대통령은 지난 8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이산가족들이 서로 만나고, 인도적 지원을 더욱 활발하게 펼쳐서 서로의 고통을 덜어가고, 작은 마을에서부터 남북한이 함께 생활환경을 개선해 나가는 민생인프라 협력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산가족상봉 문제와 함께 인도적 지원 문제를 대북 정책의 중요한 과제로 제시한 것이다.
 
북한의 의료상황과 남북보건의료협력의 필요성
그동안 대북 지원 단체들을 통해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북한은 평양의 특별 병원들을 제외하고는 일반 병원들에서 일반적인 의료비품인 주사기, 거즈, 소독솜, 테이프와 수액제재들, 의료소모품인 x-ray 필름 등도 부족할 정도로 기본적인 보건의료체계가 거의 붕괴되어 있는 실정이다. 또한 북한의 일반 병원들에 전력과 물이 잘 공급되지 않아 기존의 보조진단기구 사용에도 적지 않은 곤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북한의 모든 의료체계가 거의 붕괴되어 있기 때문에 평양의 상류층을 제외한 북한의 일반 주민들은 병에 걸려도 제대로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비록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 북한 지도부가 평양에 현대적인 병원들을 설립하는 등 의료상황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는 있지만 일반 주민들에게까지 그 혜택이 얼마나 주어지게 될지는 의문이다.
북한의 열악한 의료상황 때문에 국내 입국한 탈북자들의 상당수도 건강 문제로 고통 받고 있다. 만약 북한 주민의 열악한 건강실태가 앞으로도 개선되지 않는다면 이는 남북한의 사회통합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통일대박을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북한 주민의 건강실태 개선을 위한 남북 보건의료 협력에 한국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본고는 보건의료 분야에서 남북한 간의 협력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것인지 통일과정의 단계별로 한국 정부의 정책 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통일이 실현되기까지 수십 년이 걸릴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분명한 로드맵 없이 보건의료협력을 추진할 것이 아니라 통일과정의 단계별로 전략적으로 보건의료협력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북 지원 단체의 방북에 대한 과도한 규제 해소되어야
한국의 공식적 통일방안인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이 제시하고 있는 통일과정의 제1단계는 화해협력 단계이다. 편의상 이 단계를 다시 평화공존과 화해협력의 모색 단계당국 간 대화의 제도화 단계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평화공존과 화해협력의 모색 단계에서는 남북한 보건의료 분야에서 특히 민간 차원의 교류와 협력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북한에서 심각한 식량난과 대량 아사사태가 발생한 1990년대 중반 이후 보건의료 분야에서의 남북교류협력은 의약품과 의료기기 제공 등 주로 대북 의료지원의 형태로 이루어져왔다. 이 같은 대북 의료지원은 북한 주민의 보건의료 상황에 긍정적인 기여를 했지만 북한의 보건의료실태를 개선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그동안의 대북 의료지원이 북한의 보건의료실태를 개선하는데 한계를 보인 데에는 남북한 당국 모두에게 일정한 책임이 있다. 북한은 정권 안보 차원에서 남한 지원 단체의 모니터링을 최대한 제한하려 했고 남한 정부도 남북 관계가 악화되면 대북 압박 차원에서 남한 NGO의 방북을 엄격하게 제한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남북 당국 간 관계가 악화되면 남한 NGO의 활동공간도 따라서 극도로 위축되고 대북 보건의료 지원도 매우 어렵게 되었다. 따라서 인도적 차원의 대북 보건의료 지원이 지속성을 가지고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남북한 간의 정치적 관계와 인도적 지원을 연계시키는 정책에서 확실하게 탈피해야 한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도 먼저 대북 의료지원 단체가 방북할 때마다 매번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과도한 규제가 해소되어야 할 것이다.
비자에도 단수비자복수비자가 있듯이 정부도 대북 인도적 지원 경험이 없는 대북 NGO의 경우 처음 몇 번 방북 신청을 할 경우에는 매번 심사를 진행해 승인하더라도 지원 경험이 1~2년 이상 되는 NGO의 경우에는 그동안의 성과를 분석한 후 그것을 바탕으로 심사를 거쳐 수시로 자유롭게 북한을 방문할 수 있도록 승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남한의 대북 인도적 지원 단체들이 수시로 자유롭게 북한을 방문할 수 있도록 정부가 허용한다면 그들이 북한을 상대로 지원하는 지역과 대상에 아무 때나 자유롭게 접근해 모니터링을 실시할 수 있는 권한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정부는 NGO 관계자들의 방북을 제한하면 할수록 그들의 대북 협상력이 약해져 지원 대상에 대한 모니터링도 결과적으로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남한의 대북 지원 단체들의 대북 협상력을 높이고 중복 지원을 회피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지원 활동을 실질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조직이 필요하다. 현재 약 56개의 국내 대북지원 민간단체들로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가 구성되어 있으므로 이 협의체의 조정 역할을 대폭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북 NGO들은 과거처럼 북한의 지원 요구에 개별적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앞으로는 북민협 안에서 종합적인 계획을 가지고 북한 지역별, 대상별, 분야별로 역할을 분담해 지원을 실시해야 할 것이다. 이 같은 역할분담체계가 구축되어야 북한의 전지역과 전계층을 대상으로 하면서도 특히 취약지역과 취약계층에 대해 집중적으로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그러므로 남한 정부는 북민협을 통해 북한 지역별, 대상별, 분야별로 역할 분담을 맡는 대북 지원 단체들에게 우선적으로 수시 방북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대북 지원 단체들 간의 협력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남북 공동의 의과대학과 병원 설립 추진해야
북한 병원에 의료 기자재와 약품이 워낙 부족하기 때문에 북한에 의료 물자를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거기에서 더 나아가 남북 공동의 의과대학과 병원을 설립해 남북한 의학 분야에서의 협력 수준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북 의료 지원이 북한에게 물고기를 주는 것이라면, 남북 공동의 의과대학과 병원 설립 운영은 북한에게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한국 정부와 대북 의료지원 단체는 우선적으로 남측의 접근성이 용이한 개성에 남북 공동으로 의과대학(가칭 개성통일의과대학’)과 종합병원(가칭 개성통일병원’)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만약 개성에 남북 공동의 의과대학과 종합병원이 설립된다면 남한의 의과대학 교수와 의사, 간호사가 개성으로 출퇴근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남북 공동의 의과대학과 종합병원이 설립된다면 북한은 남한으로부터 현대적인 의료 기술과 지식을 전수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남한은 비록 주로 개성시와 주변 지역의 북한 주민이 대상이 되기는 하겠지만 북한 주민들의 건강상태를 어느 정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되어 남북의료공동체 형성을 위한 전략 수립에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과학기술 분야에서의 협력이나 대북 식량 지원과 다르게 의료 분야에서의 협력은 군사 분야로의 전용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그 같은 협력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부정적 시각은 크지 않을 것이다.
남북한 의학 교수들이 같은 대학에서 강의를 하려면 강의 내용 및 교재와 관련해 협력이 불가피하다. 강의 내용 및 교재와 관련한 협력이 결코 쉽지는 않겠지만 이 같은 협력의 경험은 중장기적으로 남북한 의학 교육의 통합을 위한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다. 남북한의 의료인들이 같은 병원에서 환자를 진료하게 되면 처음에는 진료 방식 및 용어 관련 많은 혼란이 발생할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혼란의 극복 과정은 향후 남북한 의료통합에 중요한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남한 보건복지부와 북한 보건성 간의 협력 방향
만약 남북한 관계가 발전하여 ‘당국 간 대화의 제도화 단계’로 나아가게 된다면 남한의 보건복지부와 북한의 보건성 간의 회담을 정례화해야 할 것이다. 남북한 보건의료 당국 간 대화가 제도화되면 보건의료 분야에서의 협력이 북한 전 지역으로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이 단계에서는 개성에서의 의학 분야 협력 경험을 바탕으로 북한의 다른 지역에 제2, 3, 4의 남북 공동의 의과대학과 병원을 설립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의학 분야에서의 협력을 ‘점 → 선’으로 확대해나가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는 북한과 보건의료협정(또는 합의서)을 체결하고 북한 주민에 대한 건강조사에 착수할 수 있을 것이다.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이 제시하고 있는 통일과정의 제2단계는 남북연합 단계이다. 이 단계는 다시 부분적 연합(경제사회문화보건의료공동체 형성 추진) 단계전면적 연합(공동의 외교안보정책 모색) 단계로 세분할 수 있다.
남북한 관계가 발전하여 부분적 연합 단계로 나아가게 된다면, 그 때에는 남한의 보건복지부와 북한의 보건성이 가칭 남북보건의료공동위원회를 구성하고 상설협력실무기구를 남북한 모두 접근이 용이한 개성에 설치해 보건의료 분야에서의 협력을 점차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이 단계에서는 윤석준 고대의대 교수가 제안한 바와 같이 건강취약계층의 생명보호를 목표로 가칭 북한보건의료지원재단을 설립해 각 도별 5개 시·군을 생명공동체로 하는 거점을 구축하고 시·군 인민병원을 중심으로 소아과, 산과, 내과의 현대화를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의학 분야에서의 협력을 선 → 면으로 확대해나가는 것이다.
남북한 관계가 더욱 발전하여 전면적 연합 단계로 나아가게 된다면, 그 때에는 남북보건의료공동위원회를 확대 개편하고 북한 보건의료체계의 현대화를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단계에서는 윤석준 교수가 제안한 바와 같이 건강취약계층의 생명보호와 함께 일반 주민의 기본건강을 위해 각 도별 5개 시·군에 구축한 생명공동체를 전체 시·군으로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남북한 의료용어 통일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통일과정의 제3단계는 통일국가 완성 단계이다. 이 단계는 다시 정치군사외교통합 단계경제사회문화보건의료 통합 완성 단계로 세분할 수 있다.
북한체제의 민주화 후 남북한이 정치군사외교 분야에서부터 먼저 통일을 실현하는 단계로 나아가게 되면 기존의 남북보건의료공동위원회를 연방정부의 연방보건복지부’(가칭)로 확대 개편하고 남북 두 지역의 의료체계를 점진적으로 통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단계에서 단번에 남북한 보건의료체계를 통합하면 남북한 간의 보건의료 수준 격차 등으로 인해 엄청난 혼란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그러므로 연방보건복지부의 주도 하에 남북 두 지역의 보건의료 교육체계와 의료 시스템의 차이를 단계적으로 좁혀가고 북한의 의료인들이 연수와 단기교육 등을 통해 그들의 자질을 지속적으로 향상시켜 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최종적인 경제사회문화보건의료통합 완성 단계에서는 남북한 의료체계의 완전한 통일을 실현해야 할 것이다. 이 단계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남북한 두 지역 간의 경제발전 격차가 현저하게 좁혀져야 하고, 북한 지역의 의료기관과 의사들이 남한 지역의 의료기관 및 의사들에 대해 상당한 정도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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