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반도정세

남북관계와 북한정세를 심층 분석합니다.
북한의 공간문헌과 정보를 분석하여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정책방안을 제안합니다.



‘코로나 19’의 급속 확산으로 위기에 처한 북한이 중국식 ‘제로 코로나‘ 방역 방식을 적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2일 새벽 긴급 소집된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악성 전염병의 전파 근원을 차단·소멸시키라”며 “전국의 모든 시·군들에서 자기 지역을 철저히 봉쇄하고 사업 단위, 생산 단위, 생활 단위별로 격폐(隔閉·차단)한 상태에서 사업과 생산 활동을 조직하여 악성 비루스(바이러스)의 전파 공간을 빈틈없이 완벽하게 차단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북한 전역에서 지역간 이동이 금지되고, 당·정·군 사업 단위별, 공장·기업소 생산 단위별, 인민반 중심의 생활 단위별 격리가 이뤄졌다. 12일 이후 북한 관영매체는 ‘코로나 19’ 확진의 중심지인 평양에서 방역 활동을 소개하고 있는데 매일 출퇴근 인파로 붐비던 평양역은 인적 없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코로나 19’ 발생 지역을 철저히 봉쇄하는 중국의 극단적 ‘제로 코로나’ 방역 방식을 북한에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코로나 확산세가 심각해진 지난 3월 초 중국 4대 도시로 꼽히는 광둥(廣東)성 선전(深圳)시를 봉쇄한 것을 시작으로 경제 수도 상하이(上海) 동북의 지린(吉林)성 전체를 잇따라 봉쇄했다. 이어 코로나 19가 확산된 베이징(北京)도 일부 지역에 봉쇄령을 내리고, 3월 말에는 신의주와 접경한 북중 교역의 허브인 단둥(丹東)마저 봉쇄했다. 이에 북한 당국도 4월말부터 국경지역에 ‘코로나 비상 경계령’을 내리며 방역의 고삐를 다시 조이기 시작했다. 


앞서 북한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만 2년간 고강도 봉쇄 정책을 고수하다가 올 초 북·중 화물열차 운행을 재개하는 등 방역을 일부 완화한 상태였다. 그러나 이번 오미크론 발생을 계기로 전년 수준을 뛰어넘는 ‘전국 완전 봉쇄령’을 내렸다. 북한의 이번 ‘최대 비상 방역 체계’ 선언은 사실상 중국의 ‘제로 코로나’ 방역 방식을 적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5월 14일 노동당 정치국 협의회에서 “중국 당과 인민이 악성 전염병과의 투쟁에서 이미 거둔 선진적이며 풍부한 방역 성과와 경험을 적극 따라 배우는 것이 좋다”며 중국식 방역 적용을 지시했다. 


북중 간 방역협력도 긴밀해지고 있다. 북한은 16일 중국의 의약품과 방역 물품을 긴급 수송하기 위해 고려항공 항공기를 투입하는 등 중국으로부터 필요한 의약품 구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해상과 육로를 통한 의약품 지원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2020년 1월 말 '코로나 19' 확산 이후 봉쇄령을 내린 북한은 지난 2년 3개월 간 ‘김정은식 방역 성과’를 과시하며 ‘코로나 청정 지역’을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5월 12일 긴급 개최된 노동당 제8기 8차 정치국 회의에서 김정은은 북한 내 ‘코로나 19’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BA.2, Stealth Omicron)의 감염 확진자 발생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북한은 방역 실패를 ‘국가최대 비상사건’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비판과 반성과 함께 ‘최대비상방역체계’로 전환했다. ‘최대비상방역체계’ 조치는 2020년 1월 28일 ‘국가비상방역체계’가 선포된 이후 2020년 7월 25일 당 정치국 비상확대회의 때 발동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정치국 회의가 새벽 2시에 개최되고,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비록 평소보다 4시간 늦게 발행됐지만 최고지도자의 동선을 당일에 공개한 점 등으로 미뤄 볼 때 북한 지도부가 코로나 감염 사태의 심각성을 엄중하게 인식했음을 보여준다. 


북한 당국은 4월말부터 북한 전역에서 발생하는 원인 모를 열병에 대한 보고를 받고도 ‘코로나 19’가 아닌 일반 열병으로 인식하고 느슨한 대응을 했다. 김정은은 행사가 끝나 각 지역으로 흩어진 열병식 참석자들을 5월 1일 다시 평양에 불러 수십차례 기념사진 촬영을 했다. 그러나 5월 2 ~3일에 열병 환자들이 갑자기 폭증하자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5월 4일 전국에 외출금지 조치를 내렸다가 다음날인 5일에 해제했다. 지방의 경우 발열자 가운데 일부 사망자가 나오는 등 확진자 발생 가능성에도 평양을 중심으로 확산된 열병 환자들 가운데 1차 검사를 통해 확진자가 나오지 않자 전국적인 외출금지령을 해제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은 발열자들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검사를 지속한 것으로 보인다. 12일 개최된 북한 노동당 정치국회의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8일 발열자로부터 채집한 검체의 검사 심의 결과 오미크론 감염자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북한 전문 매체 NK뉴스는 5월 10일 북한 당국이 이날 오후 갑자기 평양 주민들에게 ‘외출금지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검사 과정에서 추가 확진자가 나왔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 국가비상방역사령부는 5월 12일 하루동안 전국에서 1만 8000여명의 신규 발열자가 나왔다고 밝혔다. 


2년 3개월 간 ‘코로나 청정 지역’을 강조하던 북한이 처음으로 코로나 확진을 인정한 셈이다. 백신 접종 없이 ‘봉쇄와 사회적 거리두기’조치만으로 ‘제로 코로나’ 달성을 과시하던 북한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폭증한 것은 평양에서 4월 김일성 생일 110주년 행사와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기념 열병식 등 대규모 행사와 전국적으로 주민들이 참여하는 행사들이 잇따른데 따른 결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이 올해 1월부터 4월 행사 준비에 필요한 물자 조달을 위해 북중 간 화물열차 운행을 부분 재개하며 방역을 느슨하게 한 것도 코로나 확산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거론된다. 


전국 지역 및 단위별 봉쇄·격폐, 감염 전파 공간 차단 등 물리적 봉쇄 조치와 전주민 집중검병검진 실시 등을 내놓았지만 단위별로 격폐를 한 상황에서도 사업이나 생산활동은 지속하는 한편 별도의 휴교 조치가 언급되지 않아 개별 주민 차원의 활동은 제한적이지만 열어두고 있다. 이는 5월 농번기를 맞아 생산활동을 중단할 경우 식량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 있고, 화성지구 1만 세대 건설과 주요 건설사업 등 김정은의 역점 사업의 중단 위기, 경제난 심화 인한 주민 불만 등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북한은 발열자에 대해 ‘과하적이며 집중적인 검사와 치료 전투 시급히 조직전개’ 및 ‘전주민 집중검병검진 엄격히 진행, 의학적 감시와 적극적 치료대책’을 강조했다. 이 때문에 각 단위별로 열병환자 등 코로나 의심증상자에 대해 일정한 격리와 검진을 진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의약품 부족, 진단 키트 부족으로 발열체크와 격리, 민간요법을 동원한 약물 치료가 주룰 이루고 있다. 북한이 최대비상방역체계 가동으로 북중 교역 재개 일정은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최대비상방역체계는 북한 당국의 입장에서는 대내적으로 생산활동이나 건설사업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주민 통제 및 사회적 감시를 강화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또 핵무기 고도화에 속도를 내면서도 주민 불만을 잠재울 수 있는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은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도 핵무기 고도화를 위한 무기 실험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12일 노동당 정치국회의 내용을 공개한 직후 오후에 초대형 방사포(KN-25) 3발을 발사한데 이어 25일 새벽 한미일을 겨냥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3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풍계리 핵실험장과 다른 장소에서 7차 핵실험을 준비하기 위한 핵 기폭 장치 작동 시험을 하고 있는 것이 탐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 확산 국면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핵무기 고도화 행보와 강경 대외 기조는 유지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정황으로 미뤄볼 때 북한은 한국과 미국이 제공하는 백신 지원을 받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13일 통일부가 제안한 방역 협력 제안에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현재의 오미크론 확산 추이로 본다면, 백산 접종이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고 백신 지원이 이뤄진다 해도 상당 기간이 소요된 이후 들어갈 수밖에 없어 크게 효용성을 갖지 못한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의 대북 방역 지원이 이뤄지고 최근 북한 스스로 ‘코로나 국면의 안정세’를 주장하기 때문에 한미의 지원을 거절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 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북한에서 발열자 수는 발표 초기 일주일 간 20여만명 대로 급증했다가 점점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북한이 밝힌 신규 발열환자 규모는 12일 1만8000명, 13일 17만4440명, 14일 29만6180명, 15일 39만2920여명으로 급증하며 최고치를 찍었다가 16일부터는 닷새째 20만명대를 유지했다. 


김정은은 21일 노동당 본부청사에서 열린 정치국 협의회에서 "전인민적인 방역투쟁이 전개됨으로써 전국적인 전파상황이 점차 억제돼 완쾌자 수가 날로 늘어나고 사망자 수가 현저히 줄어드는 등 전반적 지역들에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밝혔다. 21일 신규 발열자는 18만6000여명으로  10만명대로 감소했다. 22일 신규 발열자는 16만 7650여명, 23일 신규 발열자는 13만4510여명,  24일 신규 발열자는 1만5970여명으로 나타났다.  12일부터 매일 발생하던 사망자는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 간 '0명'이라고 주장했다. 

SITEM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