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2월 31일 노동당 8차대회 대표자들에게 대표증을 수여하는 행사에서 고인(故人)인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당대회 대표증을 수여했다고 보도했다. 대북제재와 코로나 19, 자연재해 등 '3중고'에 직면하며 유례없는 위기에 처한김정은 위원장이 선대의 권위를 빌려 자신의 정통성 강화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2019년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자력갱생 노선을 강조해온 김 위원장은 지난 2019년 10월과 12월 당·정·군 간부들과 함께 ‘백두산 백마’ 등정을 통해 당면한 난관을 ‘빨치산 정신’으로 극복할 것을 강조했다. 당시 북한 매체들은 부인 리설주 여사가 김 위원장의 어깨에 손을 얹은 채 개울을 건너는 사진과 함께 고위 간부들과 모닥불을 피우며 손을 쬐는 사진을 공개하며 ‘김일성 향수’를 자극했다.
‘대미(對美)정면돌파전’노선을 제시한 당 7기 3차 전원회의 이후 열린 2020년 1월 설맞이 기념공연엔 김정은의 고모이자 처형된 장성택 전 당 행정부장의 부인인 김경희 전 노동당 비서가 6년만에 등장했다. 권위가 흔들리는 가운데 김씨 일가의 어른인 김경희를 등장시켜 ‘백두혈통’의 단합을 과시한 것이다.
지난해 북한은 자력갱생 전략인 ‘정면돌파전’을 강조했지만 누적된 대북제재와 코로나로 인한 국경 봉쇄 및 무역 중단, 태풍과 수해까지 발생하면서 3중고를 치렀다. 김 위원장이 지난해 8월 당 정치국회의에서 ‘경제발전 5개년 전략’의 실패를 자인하고 10월 노동당 75주년 기념열병식에선 ‘눈물로 호소'할 정도다.
이런 가운데 김 위원장은 올해 새해 첫날 신년사 대신 ‘친필 서한’을 보냈다. 김정은이 신년사를 거른 것은 작년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과거 북한 최고지도자가 2년 연속 신년사를 건너 띈 것은 68년 만이다. 김일성은 6·25전쟁 시기인 1952~1953년 신년사 대신 축하문을 냈다. 1994년 김일성 사후 ‘최악의 위기’ 상황에 직면한 김정일은 1995년부터 3대신문인 ‘노동신문’ ‘청년전위’ ‘조선인민군’ 공동사설로 신년사를 대체했다.
김정은은 공동 사설을 게재한 집권 첫해(2012년)를 제외하고 2013~2019년 육성 신년사를 해오다가 작년과 올해는 생략했다. 김정은이 이달 초순 노동당 8차 대회에서 하게 될 사업총화 보고가 실질적 신년사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한다. 김정은은 친필 서한에서 “어려운 세월 속에서도 변함없이 우리 당을 믿고 언제나 지지해주신 마음들에 감사를 드린다”고 했다. 이어 “위대한 인민을 받드는 ‘충심' 일편단심 변함없을 것을 다시금 맹세하면서. 김정은 2021.1.1”이라고 끝맺었다. ‘인민들의 고난’을 언급하며 울먹인 작년 10월 10일 노동당 창당 75주년 열병식 연설을 연상시키는 내용이다.
경제난이 장기화되면 엘리트와 주민들 속에서 최고지도자의 노선에 대한 회의감과 불만이 생기기 마련이다. 경제난에 따른 권위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선대의 정치적 권위와 혈통에 더 기대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달 초순 열리는 '노동당 8차대회'에서 경제난 극복을 위한 새로운 경제노선을 제시할 것으로 관측된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종료되고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외교안보 진영이 출범하는 시점까지 도발을 자제하면서 '출구전략'으로 대남 유화정책을 구사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