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계급투쟁 강화’를 선포하고, 전국에서 방공훈련을 실시하는 등 내부 기강 다잡기에 나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7~9일 평양에서 열린 제2차 당초급선전일군대회에서 “혁명진지, 계급진지를 강화”발언을 통해 계급투쟁 강화를 선포했다. 북한은 지난 14일부터 평양과 지방에서 전국 규모의 방공훈련을 실시하고, 300만 당원의 사상동향을 전면 검토하는 사상투쟁회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소식이 북한 내부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주민통제를 강화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로 대북제재가 장기화 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북한이 내부의 불만을 잠재우고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긴장 국면 조성에 나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정은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후 첫 발언 “혁명진지,계급진지 강화’해야
김정은은 2차 당초급선전일군 대회에서 “사상교양사업을 형식적으로 하고 부정적인 현상들을 방심하면 세대를 이어 다져온 혁명진지, 계급진지가 물먹은 담벽처럼 무너질수 있다”며 계급투쟁 강화를 주문했다.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김정은이 첫 발언으로 계급투쟁 강화를 주문한 것은 북한 내부 시장화 확산에 따른 계급 및 계층의 다변화로 기존의 계급질서가 흔들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도시에서 자금력과 시장네트워크를 가진 신흥 부유층이 새로 등장하고 북한경제에서 시장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공식경제의 규모를 능가하는 등 북한 사회 계급구조에 큰 변화가 생겼다. 농업부문에서도 신흥부유층이 탄생할 정도다. 개인텃밭이나 다락밭 등에서 토마토를 재배하거나 중국에서 종자를 들여다가 재배해서 판매하는 사람들은 목돈을 벌었다고 한다. 농촌지역에는 닭이나 돼지를 사육해서 돈을 버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이들은 지역에서 부족함 없이 생활하는 신흥 부유층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김정은이 놀이공원 현지지도를 하면서 잔디를 제대로 심지 못했다고 화를 내는 장면이 조선중앙tv를 통해 방영된 이후 전국적으로 잔디 심기 경쟁이 일어났고 잔디를 재배하고 판매한 사람들은 이 당시에 큰 돈을 벌었다고 한다. 이밖에도 수산업을 장려함에 따라 목선 구입이 늘어나고 군부에서 독점하던 수산업이 개인들에게도 묵인됨에 따라 고기잡이배를 가지 선주들의 돈벌이가 좋아졌다. 북한 공식경제가 정상화 되지 못한 상황에서 이들의 역할은 갈수록 커지고 북한 사회의 변화를 주도하는 세력으로 성장 가능성도 있다. 특히 북한체제의 1호 경계대상인 신흥 부유층이 북한 주민들에게 선망의 대상이라는 점에서 북한 체제의 근간을 흔드는 계급질서의 지각변동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평양에서 결혼 및 사업 상대로 탈북민 가족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한이나 해외에 거주하는 탈북민들이 북한 가족에게 돈을 보내주기 때문이다. 함경북도, 양강도, 평안북도 등 북중 국경지역에서는 오래전부터 탈북민 가족을 결혼 및 사업 상대로 찾는 일이 보편화 됐다.
평양의 경우 탈북민 숫자가 적은데다 감시통제가 심해 탈북민에 인식이 지방에 비해 부정적이었지만 시장화가 확산 되고 대북제재 장기화로 경제가 어려움에 직면하면서 해외에서 돈을 보내는 탈북민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했다고 한다. 대북소식통은 “요즘 평양을 중심으로 결혼 상대나 사업 파트너를 찾을 때 ‘백두산줄기’보다 ‘한라산줄기’를 찾으라는 말이 유행한다”며 “백두산 줄기로 불리는 빨치산 가족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는 적어지고 오히려 통제가 강화되면서 이들과 결혼이나 사업을 하려는 사람이 적어지고, 남한에 가족을 두고 있는 ‘한라산줄기’ 출신과 결혼 하거나 장사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했다. 특히 당 간부들이 지난해말부터 김정은의 지시로 강도 높게 진행되는 ‘부패와의 전쟁’의 주 타겟이 되면서 이런 풍조가 강해졌다고 하다. 평양의 대북소식통은 “당 간부들이 권력을 이용해 자녀들에게 장사자리를 마련해주고 있다”며 “평양에서 제일 큰 송신장마당에는 자동차, 자전거, 전자제품을 비롯한 돈 되는 제품들은 거의 당간부 자녀들이 차지해 돈을 벌고 있다”고 했다.
◇北 주민들에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소식 함구하지만 급속도로 내부에 퍼져 나가
북한 당국이 2차 미북 정상회담 결렬 소식을 북한 주민들에게 함구하고 있지만 북중 국경지역과 평양을 중심으로 급속히 퍼져나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당국이 소문을 막기 위해 주민 감시를 강화하고, 회담 실패의 책임을 물어 관련 자들을 숙청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도는 등 하노이 회담 실패 이후 평양의 분위기가 살벌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소식통은 북한 내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됐다는 정보가 확산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북한 당국의 주민감시가 강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5일 북한 관영 매체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귀국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대북 소식통은 “하노이 회담이 실패로 끝났다는 정보가 중국을 왕래하는 상인들을 통해 북한 신의주 등 국경지역에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경제제재가 완화되지 않은데 대해 실망하는 목소리가 많다”며 “제재로 인해 금수 대상인 자동차 부품 등의 가격이 더 오를 것을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북한 국가 보위성은 북미 회담 결렬 소식이 정권의 구심력 저하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관련 정보 차단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정보당국도 “북한 내부에서 당초 회담 결과에 대한 상당한 기대가 있었지만 합의가 불발하면서 실망감이 나오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당국은 김정은의 평양 귀국 이후 간부들과 주민들의 사상동향을 체크하기 위해 전당 특별생활총화를 진행한다는 지시문을 하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소식통은 “3월 말까지 모든 간부들과 주민들에게 김정은의 대외활동 기간에 자신이 한 일과 생각을 모두 써내라는 지시가 내렸다”고 전했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 내부 경제 사정이 크게 악화되자 당국이 군량미 창고까지 풀고 있다”며 “2차 미·북 정상회담에 기대를 걸었던 주민들이 실망감을 느끼자 이를 덮기 위해 사상투쟁회를 벌이는 것”이라고 했다.
다른 대북 소식통은 “노동당 중앙위원회와 청년동맹중앙이 전국적으로 인민군 자원입대 탄원 행사를 조직하라는 지시를 하부기관들에 내렸다”고 했다. 이 소식통은 “북·중 접경지역 무역 일꾼들이 하노이 회담 실패에 실망하면서 대북 제재 해제 불발에 대한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고 했다. 복수의 대북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최근 공안기관과 각급 근로단체를 통해 주민들이 모여 잡담을 하는 것도 통제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야기판을 벌이거나 주패, 장기, 윳놀이, 술마시기, 등 사람이 모이는 것 자체를 통제하고 있는데, 모여 앉으면 북미 정상회담 결렬에 대한 소문을 퍼뜨린다고 여기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북한은 18일 경 평양에서 인민군 정치지도원대회를 개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7일 당초급선전일군대회, 10일 최고인민회의대의원선거를 치른 데 이어 연쇄 대규모 정치행사로 어수선한 민심을 다잡고 기강을 잡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전국에서 방공훈련 실시하며 긴장분위기 띄워, 4월 미사일 도발하나
북한이 지난 14일부터 평양과 지방에서 전국 규모의 방공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지난 1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행동규칙 발표’를 예고한 가운데 내부적 긴장 분위기 조성에 나선 것으로 관측된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단계적 비핵화’ 방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4월 북한 최고인민회의 개최 전후로 미사일 도발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내부 불만을 잠재우고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인공위성을 가장한 장거리 미사일이나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16일(현지 시각) 북한이 지난 14일부터 한·미와의 전쟁에 대비한 전국 규모의 방공훈련을 진행해 주민들 사이에서 전쟁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양강도의 한 소식통은 RFA와의 인터뷰에서 “한동안 반(反)항공 훈련이나 군사훈련 없이 조용했는데 갑자기 훈련해 주민들의 생계 활동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북한 각 지역의 인민반과 기관 기업소에선 ‘미국과 남조선(한국)의 전쟁 준비 군사 합동훈련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선전하며 전쟁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고 했다. 정부 소식통은 이에 대해 “이달 말까지로 예정돼 있는 동계 훈련의 일환일 수도 있다”고 했다.
다만 조선중앙통신, 노동신문 등 국내외용 북한 선전 매체는 16일에 이어 17일에도 최선희 부상의 발언과 기자회견 소식을 일절 보도하지 않았다. 최선희 부상의 기자회견이 북한 내부 강경파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외교 소식통은 “최선희가 평양 기자회견에서 ‘군부가 핵 포기 절대 안 된다는 청원을 김정은 위원장한테 수천건 보냈다’고 언급한 것은 비핵화에 대한 군부의 반발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이런 내부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3월 말이나 4월 초 미·북 정상회담 이후 ‘행동 규칙’을 발표한 것으로 전망했다. 그럼에도 미국이 제재 완화에 나설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 4월 중 미사일 도발을 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도발할 경우 동창리 발사장에서 인공위성을 탑재한 은하·광명성 계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동창리 발사장의 이동식 조립건물 등 시설 복구를 마친 상태다. 2019년 3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