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세종연구소의 정성장 수석연구위원입니다.
마침내 오늘 통일준비위원회 제1차 회의가 개최되었는데, 박 대통령이 제시한 목표들과 정책수단들 간에 여전히 매우 큰 괴리가 발견되는군요.
박 대통령이 회의에서 “정부의 정책 목표는 평화통일이며, 북한을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고 교류협력을 확대하여 평화통일 기반을 구축”하겠다고 말했지만 북한 당국과의 적극적인 대화 의지는 찾아보기 어렵군요.
박 대통령은 회의에서 또한 “남북한 주민의 인도적 문제를 우선 해결하고 공동번영을 위한 민생 인프라를 구축하면서 민족 동질성 회복을 위한 노력을 펼치는 것은 통일을 이뤄가기 위해 가장 시급하고 기초적인 준비 과정”이라고도 발언했습니다.
그런데 이 같은 기초적인 준비와 “외교부, 통일부를 중심으로 관계부처와 민간이 협력해서 국제사회에 통일이 왜 필요한지를 피부에 와 닿게 설명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은 조화되기 어렵습니다.
민족공동체통일방안에 의하면 한국 정부는 화해협력 단계 → 남북연합 단계 → 통일국가 완성단계의 순으로 통일과정을 진행시켜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남북한이 아직 남북연합 단계에 도달한 것도 아닌데 벌써 국제사회에 통일의 필요성을 설명하려고 한다면 국제사회가 공감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리고 대내적으로도 지금 통일이 임박한 것도 아닌데 왜 정부가 갑자기 통일의 필요성을 강조하는지 의아해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입니다.
독일의 사례를 보더라도 정부가 통일을 강조하지 않더라도 통일이 이루어질 수 있는 객관적인 조건이 성숙되면 일거에 통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반대로 북한은 과거부터 끊임없이 통일을 부르짖어 왔지만 그들이 원하는 통일은 결코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정작 중요한 것은 말로만 통일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통일로 나아가기 위한 객관적인 조건을 성숙시켜 나가는 것입니다.
남북한 당국간 대화의 제도화 없이, 경제공동체 형성과 남북한 간의 군사적 긴장완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진지한 노력 없이 대북 인도적 지원과 몇 개의 이벤트성 사업으로 통일이 갑자기 다가올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통일에 대한 근거 없는 ‘희망적 사고’를 키울 뿐 통일 문제에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닙니다.
통일은 우리에게 편익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많은 혼란과 부담도 가져다줄 것입니다.
편익만을 강조하면서 부담을 보지 않으려는 태도나 부담만을 강조하면서 편익을 외면하는 태도 모두 적절하지 않습니다.
한국 정부가 진정으로 통일을 원한다면 북한과의 대화 없이 우리만의 통일 준비와 국제사회에 대하 홍보만으로 통일을 이룰 수 있다는 비현실적인 사고에서 하루 속히 벗어나 북한이 국제사회에 편입되고 보다 개방된 사회로 변화될 수 있도록 북한과의 대화와 협력을 전략적으로 추진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북한은 드레스덴 구상에 대해 북한을 흡수통일하기 위한 구상이라고 파악하고 있는데 박 대통령이 회의에서 “드레스덴 구상과 정신을 어떻게 실천할지 통일준비위에서 구체적이고 다양한 방안을 논의해달라”고 주문했으니 북한은 박 대통령이 이제 북한을 흡수통일하기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착수했다고 파악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부가 남북한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지도 못하면서 통일 준비만 계속 강조한다면 국민은 냉소적인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에 정부가 당면한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의 참가 문제부터 남북이 상호 만족할 수 있도록 풀고 남북 관계를 안정적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면 국민은 비로소 정부의 통일 준비 의지에 대해 신뢰를 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좋은 하루되시기 바랍니다.
정성장 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