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2년 1월 18일 샌드연구소 회의실에서 ‘북한 노동당 7기 5차전원회의 분석 및 미국의 이란 솔레이만 제거 사건이 북한에 주는 시사점’을 주제로 한반도정세분석세미나가 열렸다. 이승현 샌드연구소 연구원은 발표에서 북한이 지난 연말 노동당 7기 5차전원회의를 계기로 외교에서 ‘대국적 자세’를 강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1월 3일자 북한 노동신문 사설에 언급된 ‘대국적 자세에서 외교전, 책략전 전개’는 ‘핵 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하면서 미국, 중국 등 ‘핵 보유국’ 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강대국 외교를 전개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됐다.
김정은이 당 전원회의에서 대북제재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표출하면서 자력갱생을 통한 ‘정면돌파전’을 해결책으로 제시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제시한 비핵화 요구를 거절하고 ‘핵보유국’의 지위 강화를 선언함으로서 향후 미국과 비핵화 협상이 아닌 ‘핵군축’협상으로 전환 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특히 ‘존엄과 생존권 침해시 즉시 강력 타격’을 경고한 대목이 나오는데 이는 위기의식을 드러낸 표현으로 풀이된다.
지난 연말 열린 노동당 7기 5차전원회의에서 특징적인 점은 교착상황에 처한 북미협상을 고려해 미국에 의사전달 방식의 논리를 많이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핵화는 영원히 없을 것이라고 선언하면서도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끝까지 추구한다면’ 라는 조건을 단 것은 대화의 여지를 남긴 것으로 해석됐다. 김정은이 전원회의에서 언급한 ‘충격적 실제행동’등의 발언도 미국의 입장에 따라 실제 행동으로 넘어갈지 유동적이라고 평가됐다.
김정은의 신년사 격인 당중앙위 7기 5차전원회의 보고에서 남북관계를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은 ‘하노이 노딜’ 이후 지속되온 대남무시전략 기조가 2020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이란 혁명수비대 솔레이만 사령관 제거 이후 김정은의 공개활동은 순천비료공장건설장 시찰(1월 7일)을 제외하고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연말 SLBM 발사때 김정은이 불참하고, 신년사를 건너 띈 것도 미국을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 북한의 경우 6·25전쟁 당시 공습의 트라우마가 강하기 때문에 미국의 정밀 타격에 대한 두려움이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솔레이만 제거사건으로 인해 김정은의 미국의 눈치 보기는 더 강해졌다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미국에 강경노선을 취하면서도 ‘레드라인’을 넘지 않을 정도로 조심스런 도발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현도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인문한국 교수는 ‘시아 초승달’이라는 주제로 진행한 강연에서 “초승달은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가리킬 때 쓰인 말로, 비옥한 초승달(Fertile Crescent)이 대표적인 용어”라고 설명했다.

시아 초승달은 시아파 이라크가 이란과 특별한 관계를 갖게 될 경우 시리아, 헤즈볼라-레바논을 잇는 새로운 초승달 형의 반미 , 반 수니파 벨트를 형성한다는 정치적 용어로 사용된다고 했다. 이 교수는 1979년 이란의 이슬람혁명은 오늘날 중동과 세계를 혼미하게 만드는 무슬림 테러의 근본원인을 제공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아랍의 수니파 왕정국들은 이란에서 왕정이 무너진 것과 함께 이슬람을 표방하고 자신들을 위선자로 간주하는 이란에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중동의 맹주를 자처하는 사우디알비아의 경우 자국 유전 지역에 거주하는 다수의 시아파 주민이 이란의 영향을 받아 고무될 것을 극히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교수는 이란이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페르시아만에 이르는 시아정부·정파의 시아벨트(ideological belt)를 만들려는 의도를 갖고 있으며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사령관이 그 앞장에서 실행하다 이번에 시아 초승달이 반미 테러의 중심으로 확산될 것을 우려한 미국에 의해 제거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