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020년 제정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 27조가 스크린에 비치고 있다. 한국 영화나 영상, 노래, 도서 등을 보았거나 듣거나 소지하면 5년이상 10년이하 노동교화형에 처하고, 이를 유포한 자는 무기노동교화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샌드(SAND)연구소 제공
유엔 인권이사회가 김정은 정권이 한류(韓流) 처벌을 위해 만든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청년교양보장법’, ‘평양문화어보호법’을 폐지 또는 개정하라는 권고를 담은 북한인권결의를 4일 컨센서스로 채택했다. 김정은 시대의 ‘3대 사회통제 악법'으로 불리는 이 법안들이 유엔 북한인권결의에 모두 거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올해도 유럽연합(EU)과 미국 등 53국과 함께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했다.
이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55차 유엔 인권이사회 회의에서 통과된 결의안에는 북한 정권이 “사상, 양심, 종교, 신념, 의견, 표현, 결사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온라인과 오프라인상에서 모두 보장해야 한다”는 권고가 담겼다. 그러면서 그 실현 방안으로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청년교양보장법, 평양문화어보호법을 포함해 이런 권리들을 억압하는 법과 관행을 폐지 또는 개정”할 것을 제시했다.
북한이 2020년 제정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은 한국 영화, 영상, 도서 등을 유입·유포하거나 시청·열람을 조장한 사람은 최고 사형으로 처벌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 2021년 제정한 청년교양보장법은 사회주의 생활양식에 맞지 않는 옷차림과 행위 등을 처벌하도록 규정했고, 지난해 만들어진 평양문화어보호법은 ‘오빠'나 ‘ΟΟ님' 같은 한국식 말투를 사용하거나 유포하면 사형에 처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그중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은 지난해 유엔 북한인권결의에서도 그 문제점이 지적된 바 있다.
한편 이번 결의안에는 유엔 인권최고대표에게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가 발간된 2014년 이후 10년 간의 북한 인권 상황을 업데이트해 반영한 포괄적 보고서를 제공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도 담겼다. COI 보고서는 인권 침해에 책임 있는 북한 당국자들의 국제형사재판소(ICC) 제소를 권고하는 등 ‘책임자 처벌'을 강조해 북한이 강력히 거부했던 문건이다.
외교부는 “이번 결의에는 우리 정부가 강조해 온 북한 주민의 자유 증진, 북한의 국제인권협약상 의무 준수 관련 문안이 강화됐다”며 “북한이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 문제 해결과 북한 주민에 대한 정보 접근권 보장을 포함해 인권 증진에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진명 기자